나무 카누·크루즈 타고… 낭만에 흠뻑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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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물로 떠나는 여정’

- 춘천 물레길
무인도 자연 생태공원 탐험

- 군산 선유도 유람선
품바공연 즐기며 흥겨운 관광

- 통영 만지도 여객선
한려해상공원 전망대서 섬구경

- 김포 아라뱃길 크루즈
폭포 지나며 불꽃놀이 즐겨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한국관광공사가 유람선이나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8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물로 떠나는 여정’을 주제로 삼은 여행이다.


# 나무 카누를 타고 호수를 젓다… 강원 춘천 물레길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춘천물레길’이 있다. 물레길은 ‘길’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두 발로 걷는 길이 아니라 춘천의 호수에 카누를 띄우고 저어가는 물길을 뜻한다. 카누는 경험이 없어도 타는 법을 금세 배울 수 있다. 10분 남짓의 탑승교육만 받으면 곧바로 패들을 잡고 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조정이 쉬운 이유는 카누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물레길 코스는 다양하다. 춘천중도물레길에서는 의암호의 섬 가운데 있는 중도유원지와 무인도 자연생태공원을 지나는 ‘자연생태공원길’(약 3㎞·1시간 코스)이 일반적이다. 초보자에게 적당한 코스는 ‘물풀숲길’과 삼천동 하늘 자전거길을 지나는 ‘철새둥지길’. ‘중도종주길’과 ‘스카이워크길’은 중급자 이상 코스로 5~6㎞ 거리에 2시간쯤 걸린다. 코스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동 운영된다. 카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는 춘천중도물레길, 춘천물레길, 춘천의암호물레길, 사단법인 물길로 등이 있다.



# 기암의 섬을 유람하다…충남 태안 안흥유람선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반도 일대 해안과 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흥유람선 타기다. 안흥유람선은 안흥내항과 다리로 연결된 신진도의 안흥외항에서 출항한다. 섬 이름을 따서 그냥 신진도항이라고도 부른다. 신진도항에서는 안흥유람선과 가의도행 여객선이 함께 출발한다. 유람선은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1시간 소요), 안흥 앞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B코스(1시간 30분), 옹도에 내려 등대를 보고 오는 옹도 하선 코스(2시간 40분) 등이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면 갈매기 떼가 뒤따라온다. 새우 과자를 던져주면 ‘탁’ 소리를 내며 낚아챈다. 유람선이 섬 쪽으로 다가가면 선장이 해설을 시작한다. 정족도는 가의도와 옹도를 제외하고 유람선 코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식물이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가마우지 서식처다. 가의도 남쪽 끝에 독특한 바위 세 개가 더 있다. 형제바위와 돛대바위, 독립문바위다.



# 육지가 된 섬을 배로 본다…전북 군산 선유도유람선

새만금방조제가 생기면서 고군산군도의 섬들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됐다. 섬은 이미 육지가 됐지만, 고군산군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은 지금도 관광객을 태우고 선유도 일대의 바다를 운항한다. 선유도유람선은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섬이었던 야미도의 선착장에서 출항한다. 선유도유람선 일억조호는 ‘조용한 경치 감상’이 아니라 ‘흥겨운 유람’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유람선 1층에서 떠들썩한 품바 공연이 펼쳐지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경관을 즐기려는 목적이라면 유람선 2층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유람선은 신시도와 고군산대교를 지나 선유도와 대장도 사이로 들어간다. 여기서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 대장도 등을 감상한다. 대장도 앞에서는 아기를 업고 먼 곳을 바라보는 형상의 장자 할머니 바위의 설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과거에 급제한 할아버지가 소첩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본 할머니가 아기를 업은 채 굳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다. 유람선 여행이 끝난 뒤 차로 섬에 들어가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긴다면 금상첨화. 선유도해수욕장은 바다로 100m쯤 나가도 물이 허리 높이 정도라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다.



# 한려해상국립공원…경남 통영 만지도·연대도 여객선

통영의 섬,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면서 한 섬이나 다름없게 됐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 저도를 거쳐 연대도와 만지도에 닿고, 연명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만지도로 바로 간다. 오전이라면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는 게 좋겠다. 연대도, 만지도까지는 뱃길로 20분 남짓. 갑판에 앉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젖어드는 상념은 섬 여행의 묘미다.

만지도는 동서로 1.3㎞ 길게 누운 작은 섬이다. 주민은 10가구가 채 안 된다. 그나마 통영에서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만지도는 주변 섬보다 주민이 더디게 정착해 만지도(晩地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섬의 집들은 하나같이 문패가 특이하다.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최고령 할머니 댁’ ‘우리나라 최초 카누 3관왕 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 만지도가 명품 마을, 연대도가 명품 섬으로 선정되면서 집집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문패가 걸렸다. 마을 뒤편으로 올라서면 통영의 섬들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 유람선에서 즐기는 공연과 식사…경기 김포 아라뱃길 크루즈

경인아라뱃길은 한강과 서해를 잇는 운하다. 총 길이 18㎞로, 이 중 13㎞ 구간에서 유람선이 운항한다. 유람선은 4층 규모로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시천나루에서 회항한다. 유람선 운항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 아라뱃길 크루즈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유람선은 매일 오후 1·3시에 출항한다.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별도 요금을 내고 10여 가지 음식이 제공되는 런치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유람선은 물길을 따라 고풍스러운 정자가 있는 수향원, 우렁차게 쏟아지는 아라폭포, 절벽 위 전망대 아라마루를 차례로 지난다. 아라폭포는 인천 계양산의 협곡지형을 이용해 만든 인공폭포로 유람선이 운항할 때만 가동한다. 아라폭포 인근의 아라마루는 절벽 위에 원형으로 조성된 전망대다. 주말에는 ‘디너불꽃 크루즈’와 ‘음악불꽃 크루즈’가 운항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