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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5일(水)
북핵 껴안고 숨고르기 들어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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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북핵폐기는 일단 물 건너간 듯
북 경제 ‘고난 행군’ 이후 최악
대북제재 신발끈 다시 묶어야


북한 핵·미사일 완전 폐기는 일단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조만간 북핵 폐기가 이뤄질 것 같은 장밋빛 열기가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뜨거워진 날씨와 정반대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차갑게 식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미 ‘북한 비핵화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시간제한이 없다’는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으며, 북한 김정은은 ‘내가 언제 핵을 완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속은 것인지 아니면 속아 준 것인지조차 모호한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름 ‘북핵 동결’을 얻어냈다고 자위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고 핵 확산을 꾀하지 않은 한, 미국으로선 일단 견딜 만한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대화를 적극 주선하고 있는 판에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데 한계를 느꼈을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김정은과 만나는 이상, 성과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가 ‘싱가포르 쇼’였다. 이 쇼가 남긴 것은 북핵 문제의 원점 회귀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묘하고 복잡한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힘든 미국 일반 유권자들의 눈에는 성공으로 비쳤다. 미국 주요 언론과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맹비판에도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정치 표 계산에서 이득을 보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일까.

김정은도 일단 숨 돌릴 시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의 입지는 확고하지 못했다. 국제정세도 경제상황도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녔던 카리스마도 조직도 없었다. 고모부 장성택이 자신을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배후 조종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승부를 걸 곳은 핵밖에 없었다. 대외 긴장을 고조시켜 내부를 단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정적(政敵)을 숙청했다. 핵이 재래식 전력보다 가성비가 좋다. 그리고 군부를 견제·통제하기 위해서도 재래식 전력보다는 핵 중심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같은 김정은의 ‘핵 생존 전략’은 지금까지는 먹혔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다.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3.5%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교역 규모는 -15.0%, 수출은 -37.2% 성장했다. 대북 제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주민의 불만이 커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군사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외형적으로 평양의 모습은 과거보다 화려해졌다. 그러나 이는 장마당의 발전과 이에 따른 전주(錢主)들의 ‘자본의 원시적 축적’ 덕분이다. 기존의 배급체제는 계속 허물어지고 있으며, 조선 시대 임금의 내탕금(內帑金)에 해당하는 ‘김정은 비자금’은 고갈되고 있다. 배급과 비자금이라는 김정은 통치 체제를 유지시키는 2개의 경제 기반이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 모델을 추구하라고 북한에 촉구하고 있다. 이 노선을 취하기만 하면 북한의 경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노선을 취했다고 베트남 경제가 하루아침에 회복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현재 베트남 경제 상황이 북한보다는 월등히 좋으나, 김정은의 눈높이는 이보다 훨씬 높은 한국 경제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베트남 모델은 국제정치에서 반중(反中), 아니면 적어도 탈중(脫中) 노선을 취해야 하는 것이 전제될 수 있다. 중국식 개혁·개방도 마찬가지다. 덩샤오핑(鄧小平) 개혁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국이 미국과 반소(反蘇)전선을 형성함으로써 대미 안보협력과 대미 수출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미·중 무역전쟁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친미 반중으로 급변하지 않는 한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북한도 미국을 믿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맺었던 이란과의 핵 협상을 파기하고 있다. 트럼프도 못 믿지만, 차기 미 대통령이 어떤 대북 노선을 취할지는 더욱 알 수 없다. 김정은 입장에서 괜히 핵을 포기했다가 미국 태도가 돌변하면 큰일이다. 또, ‘북한판 마셜 플랜’은 빈 깡통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보이질 않는다. 사기업이 투자한다고 하지만, 호텔·햄버거 가게 등은 몰라도 북한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차원의 투자 가능성은 매우 적다. 돈이 들어올 데는 한국 아니면 상황에 따라서 일본 정도다. 결국 핵을 껴안은 채 숨 돌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김정은의 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기간에 가능한 한 많은 통치자금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대북제재 신발 끈을 다시 묶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만 북한 비핵화 환상에 젖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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