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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5일(水)
‘文정부 지배구조’부터 바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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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대통령 말해야 장관들 움직여
권력 집중된 靑, 조직도 肥大
‘청와대 정부’라는 말까지

반복되는 제왕적 대통령 체제
前 정권 미워하며 닮아가
말뿐인 協治로는 野 설득 못해


해병대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한 지 사흘째 되던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희생당한 분들과 유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그날 오후 9시 50분쯤 뒤늦게 ‘희생자 가족께 드리는 국방부 장관의 글’이라는 A4용지 한 장짜리 입장문을 냈다. 휘하의 장병 5명이 순직했는데 장관의 추모 글마저 청와대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인가.

지난 17일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어린이가 방치돼 숨진 사고가 일어나자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참모진과의 차담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조속히 세워 보고해 달라”고 했다. 24일 국무회의에선 승하차 확인 시스템 등 일일이 구체적인 사안까지 제시하며 즉시 시행하라고 했다. 복지부는 어디에 있을까.

문 대통령은 23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청와대에 자영업담당 비서관을 신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廳)을 중소벤처기업부(部)로 격상하고 조직도 키웠다. 그런데 이제 와서 청와대에 담당 비서관을 두고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니 그럼 부를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청와대엔 ‘반려견담당 비서관’ ‘갑질담당 비서관’ 등도 생길지 모르겠다.

최근 벌어진 국정 운영의 몇 가지 단면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은 패싱당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수사 발표하듯 문건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신임 윤종원 경제수석은 한 TV 뉴스에 출연, ‘포용적 성장’으로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 전환에 대해 인터뷰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도 아닌 대통령의 참모가 직접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국정 운영에는 오직 청와대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참모들이 자꾸 전면에 등장하면 정부는 무력화된다. 학자들은 이를 ‘청와대 정부’라고 지칭하고 있다.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 쏠리다 보니 박근혜 정부 말기 465명이던 청와대 참모진 인력은 올해 1월 기준으로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움직이는 백악관의 참모진 인력이 400여 명인 것과 비교해도 비대하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코너를 만들어 참여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담당 비서관이나 장관이 직접 답변하게 하다 보니 온갖 시시콜콜한 민원까지 다 청와대로 쏠린다. 선(先) 청와대, 후(後) 정부 방식의 국정 운영이 고착화하다 보니 세종시에 있는 공무원 조직은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주재하기로 한 규제개혁 회의가 대통령의 진노(震怒)로 한차례 연기된 후 앞으로는 매월 대통령이 주재키로 했다. 국가정보원-대법원-국방부로 계속 이어지는 적폐청산 릴레이를 지켜본 공무원들이 무슨 흥이 나서 찾아서 일을 하겠는가.

문 정부는 전임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유산이라면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은 똑 닮았다. 선거 전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청와대 구조개혁을 얘기했지만 당선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그 중요한 개헌안도 비서실에서 다 만들고 국무회의에서는 단 30분 논의하고 의결한 것을 보면 장관들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미워하면서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제도화된 적폐는 그대로 둔 채 전 정권 사람들만 대거 구치소에 보내는 청산이 진행됐다. 박 정권이 무너진 것도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탓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조급함 때문에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을 고집하면서 이제 그 후유증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장관들을 독려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분노를 조직화하고 이를 정치의 동력으로 쓰는 것은 당장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독(毒)이 된다. 이제 ‘내란음모, 친위 쿠데타 모의’까지 강도를 높여 보지만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야당도 서서히 기력을 차리고 있는데 권한 없는 장관 몇 자리 나눠준다고 협치(協治)가 될 것이라는 발상은 순진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대로 문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하기 이전에 ‘정권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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