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脫원전이 키운 폭염 電力불안, 에너지정책 다시 짜야

전례 없는 폭염으로 전력(電力)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4일 최대 전력수요는 9248만㎾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또 바꿨다. 예비전력도 709만㎾로 낮아지면서 전력예비율은 7%대까지 떨어졌다. 예비전력이 5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위기경보 단계에 진입한다. 140만㎾짜리 신형 원전 1, 2기만 멈춰도 비상등이 켜지는 것이다. 이날 서울 일부 아파트에선 전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가 돌았다. 7년 전 대정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전력 불안보다 더 불안한 것이 정부 대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8750만㎾로 예측했으나 진작 빗나갔다. 탈원전을 의식해 예측치를 낮춘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지난 5일 높여 잡은 8830만㎾도 피크타임인 8월 2·3주가 되기도 전에 넘어섰고, 정부 예상을 비웃기나 하듯 고공행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 가동에 대해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원전을 추가 투입한 것이 지금 전력 상황과 무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2일 폭염 대처를 위해 원전 가동을 늘린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원전 없이는 지금의 전력 불안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초 50%대에 그쳤던 원전 가동률은 이번 여름 80%까지 올라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겨울 10차례나 수요감축 요청(급전 지시)을 남발했지만, 24일엔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는데도 하지 않았다. 여론 눈치를 살핀 흔적이 역력하다. 문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로 시작된 지금의 전력 불안은 탈원전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탈원전하겠다면서 원전 수출에 나서고, 국내 원전 가동을 늘리는 모순을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전기차 확대 등으로 전력수요는 더 늘어나게 돼 있다. 올해를 넘기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 에너지 대계를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