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훈련 중단 이어 GP 철수…또 스스로 무장해제하나

국방부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DMZ 내 감시초소(GP) 병력과 장비를 시범 철수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최전방인 전투지역전단(FEBA) 알파(A)지역 내 군부대 시설 공사를 보류하더니, 이제는 GP 철수까지 추진한다는 것이다. 안보 최전선의 GP는 신중히 다뤄야 할 군사시설이다. 자칫 전시 상황에서 북한군이 1시간 내에 한국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군비축소 행보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단계적 군축(군비통제)은 군사적 신뢰 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순으로 진행된다. 한데, 남북관계는 아직 첫 단추인 군사적 신뢰 구축도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북핵이 폐기된 것도, 북한이 군축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적 군비통제에 해당하는 DMZ 내 GP 철수를 언급하는 것은 단계를 뛰어넘는 성급한 행위다. 게다가 북한은 아직 GP 공동 철수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 따라서 시범 실시라는 명목으로 한국군 단독 철수가 진행될 수 있으며, 설령 공동 철수가 이뤄지더라도 방어종심(縱深)이 짧은 한국은 불리하다. DMZ에서 서울까지는 40㎞에 불과한 반면, 평양까지는 160㎞다. 또 공동철수가 이뤄지려면 DMZ 내로 전진 배치한 북한 철책을 뒤로 물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DMZ 안에 철책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감시 목적의 GP 외에 전술부대 단위인 일반전초(GOP)까지 배치해 놓고 있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정세가 변해도 안보 문제만큼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도 파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군축도 신뢰 구축이 우선이고, 상호 검증을 보장하는 제도적·물리적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 선의(善意)를 앞세우면, 자신만 무장해제당하는 안보 자해(自害)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