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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6일(木)
“그 모양으로 살지마” 잡스에 영감 준 밥 딜런… 노래로 세상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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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변하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가끔 이 친구 생각을 한다. 괴짜긴 한데 고마운 존재다. 그의 기발한 생각 덕분에 우체국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고, 공중전화 앞에 줄 설 필요도 없어졌다. 전축을 가뿐히 주머니에 넣어준 친구이기도 하다. 음악동네에서 왜 ‘기술자’ 이야기를 하는가.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예술이 형제임을 보여준다. 나는 그가 삐딱해서 마음에 든다. 나와 동갑내기지만 7년 전에 죽었다. 가끔은 그가 내게 말을 건다.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 나는 이 말을 “그 모양 그 꼴로 살지 말라”고 해석한다. 한국의 일부 부모는 딴생각하는 자녀들을 훈계한다. 잡스는 달랐다. 관성과 타성에 젖어 그 모양 그 꼴로 살면 결국은 그 모양 그 꼴로 죽게 된다고 했다. 그에겐 죽음조차 남달랐다. 누가 죽음을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나.

복음서에 보면 누가 누구를 낳고 다시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족보’가 나온다. 음악동네에도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계보가 있다. 잡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인물이 27일 서울 잠실에서 노래를 부른다. 뮤지션의 이름은 밥 딜런(사진)이다. 시성 넘치는 가사를 통해 그는 ‘변화의 물결이 다가온다’고 예언했다. 전후 세대에게 그는 영향력 있는 선지자고 메신저였다.

딜런의 노래가 처음 귀에 꽂힐 무렵에는 유난히 금지된 것이 많았다. 통행금지도 있었고 소변금지도 있었다. 금지된 노래도 많았다. 조앤 바에즈(딜런의 친구이자 잡스의 연인이기도 했던)가 부른 ‘그 많은 꽃은 어디로 갔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는 가사도 음률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데 이상하게 금지곡 목록에 있었다. 반전이 금지사유라 의아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노래를 금지한다면 전쟁을 부추기는 노래는 권장한단 말인가.

딜런의 대표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도 어느 날 라디오에서 사라졌다. 노래는 질문만 남긴 채 대답을 바람에 미룬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참사람이 될까’. 여간해서 노래는 죽지 않는다. 들어보라 그리고 돌아보라. 세상은 금지목록을 만들지만 세월은 금지한 자들을 몰아낸다. 현실이 이기는 것 같지만 결국은 진실이 이기고야 만다.

잡스에게 마이크를 넘기자. 그는 뛰어난 연출가이자 출연자였다. 1984년 신제품 발표회장 배경음악으로 딜런의 ‘시대가 변하고 있다’(The times they are a-changin’)가 흘렀다. 낭송이 이어졌다. “펜대만 굴리는 작가와 비평가들은 눈을 크게 떠라. 섣불리 규정짓지도 말라”. 그리고 잡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스무 살에 발표한 ‘저 부는 바람’은 ‘누가 보았을까/부는 바람을 아무도 보지 못했지/저 부는 바람을’로 시작한다. 아마도 딜런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시대를 예감하는 사람들은 바람의 이동을 감지한다.

▲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노래채집가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 반년 만에 영상으로 전한 소감에서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노래로 마음을 움직인 청년 중에는 뜻밖에도 시인 기형도가 있다. 증언에 따르면 그는 작사·작곡에도 관심이 많았다. 증거물도 있다. 기형도문학관에 그가 대학 신입생 시절(1979)에 직접 곡목을 쓴 카세트테이프가 전시돼 있는데 뒷면 7곡이 모조리 딜런 곡이다.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밖에 없다”.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2011)에 나오는 말이다. 매 순간 다시 태어나지 않는 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란 뜻이다. 원래 딜런이 말한 것인데 잡스가 부활시켰다. 첫머리엔 이런 말도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미치도록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적어도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도록 도와준 친구. 내일 저녁 잠실벌에 홀연히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서울문화재단 대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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