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2.24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6일(木)
물 위의 교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도운 논설위원

일본 홋카이도의 관문 지토세공항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면 ‘도마무’ 리조트가 나온다. 겨울 스키장이자 여름 휴양지인 이 리조트 서쪽 숲속에 교회 하나가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다. 물 위의 교회(Church on the Water·水の敎會).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1988년 설계한 ‘작품’이다.

저녁 8시, 서울은 염천(炎天)이지만 홋카이도는 섭씨 18도까지 떨어졌다. 선선한 밤공기를 가르며 사람들의 발길이 교회로 향했다. 어둠 속에 100m가 넘는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조용조용,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기다란 벽을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80명 정도가 엉덩이를 맞대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직사각형 공간의 좌, 우, 뒤 세 면은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로 막혀 있고, 앞면은 투명한 유리 벽이다. 유리 벽 넘어 얕고 잔잔한 연못이 보였고 그 가운데 철로 만든 십자가가 물 위에 뜬 듯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연못 위의 십자가를 보면서 예배를 보고, 결혼식도 한다. 연못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 너머로 높은 산도 보이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바뀔 때마다 자연의 풍광도 변하는데, 안도는 자연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자 유리 벽이 미닫이처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G선상의 아리아’가 나지막하게 교회 안에 울려 퍼진다. 유리 벽이 완전히 열리고, 물 위의 십자가가 선명하게 보이자 사람들은 기도를 하기도 했고, 가족·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연못 위의 십자가보다는 관심을 덜 받지만, 교회 건물 위에는 뭉뚝한 모양의 콘크리트 십자가 네 개가 유리 벽 속에 세워져 있다. 사람 네 명이 강강술래 하듯이 서로 손을 맞잡은 모양이었다. 네 개의 십자가는 누구를 상징하는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세 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평화로운 이웃이었던가를 생각하며 짐짓 놀라게 된다. 그렇다면, 네 개의 십자가는 한·중·일과 또 다른 나라 하나를 상징하는 것일까. 미국? 북한? 러시아?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휴가를 와서도 자꾸 일 생각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 보다.
[ 많이 본 기사 ]
▶ 12세 소년, 놀이방 개조해 핵융합 실험…최연소 기록 바뀌..
▶ ‘빚 갚기 싫어’ 4400만원 불태운 70대 파산 사업가
▶ “같이 죽자 해놓고”…사망자 외제차 훔쳐 달아난 30대
▶ 한국당 지지층서 황교안 지지도 52%…전체는 오세훈 1위
▶ “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 지닌 채 평생 살아가길 원치 않..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의 12세 소년이 자신의 놀이방을 실험실로 개조해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만약 공식 검증을 통과하면, 핵융합 실..
mark한국당 지지층서 황교안 지지도 52%…전체는 오세훈 1위
mark“이념중시 측근들 ‘文의 귀’ 잡고있어…‘소주성’ 못 바꿀 것”
김정은 탑승 추정 北 열차, 단둥 통과··· 60여시간 여..
中군용기, 3차례 韓방공식별구역 진입…울릉-독도..
“같이 죽자 해놓고”…사망자 외제차 훔쳐 달아난 3..
line
special news ‘BTS’ 키운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연사 된..
오세정 총장이 추천…“자신의 방식으로 삶 개척한 인물의 표본”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빅..

line
“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 지닌 채 평생 살아가길 원..
‘빚 갚기 싫어’ 4400만원 불태운 70대 파산 사업가
구의원, 17살 많은 동장 폭행 혐의로 체포…조사받..
photo_news
‘최순실 저격수’ 노승일씨 소유 주택 공사현장..
photo_news
이강인의 3월 축구대표팀 발탁…벤투호 또는 ..
line
[북리뷰]
illust
“천국은 죽음의 공포가 만들어… 영혼불멸·수명연장 모두 허구..
[인터넷 유머]
mark의자 주인 mark새옹지마
topnew_title
number 거제 펜션서 20대 남성 3명 숨진 채 발견…극..
인천 서구청장 성추행 의혹 수사 난항…여직..
1500만 넘은 ‘극한직업’ 극장 매출은 얼마?
“승리와 친하면 다 죄인? 박한별 남편 버닝썬..
검찰 ‘버닝썬 유착 고리’ 전직 경찰관 영장 반..
hot_photo
호텔 나서는 ‘가짜’ 김정은과 트럼..
hot_photo
7자리로 늘린 새 자동차 번호판 ..
hot_photo
인민복 닮은 유니클로 신상품…..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