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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6일(木)
물 위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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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일본 홋카이도의 관문 지토세공항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면 ‘도마무’ 리조트가 나온다. 겨울 스키장이자 여름 휴양지인 이 리조트 서쪽 숲속에 교회 하나가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다. 물 위의 교회(Church on the Water·水の敎會).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1988년 설계한 ‘작품’이다.

저녁 8시, 서울은 염천(炎天)이지만 홋카이도는 섭씨 18도까지 떨어졌다. 선선한 밤공기를 가르며 사람들의 발길이 교회로 향했다. 어둠 속에 100m가 넘는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조용조용,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기다란 벽을 지나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80명 정도가 엉덩이를 맞대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직사각형 공간의 좌, 우, 뒤 세 면은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로 막혀 있고, 앞면은 투명한 유리 벽이다. 유리 벽 넘어 얕고 잔잔한 연못이 보였고 그 가운데 철로 만든 십자가가 물 위에 뜬 듯이 서 있었다.

사람들은 연못 위의 십자가를 보면서 예배를 보고, 결혼식도 한다. 연못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 너머로 높은 산도 보이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바뀔 때마다 자연의 풍광도 변하는데, 안도는 자연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자 유리 벽이 미닫이처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G선상의 아리아’가 나지막하게 교회 안에 울려 퍼진다. 유리 벽이 완전히 열리고, 물 위의 십자가가 선명하게 보이자 사람들은 기도를 하기도 했고, 가족·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연못 위의 십자가보다는 관심을 덜 받지만, 교회 건물 위에는 뭉뚝한 모양의 콘크리트 십자가 네 개가 유리 벽 속에 세워져 있다. 사람 네 명이 강강술래 하듯이 서로 손을 맞잡은 모양이었다. 네 개의 십자가는 누구를 상징하는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세 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평화로운 이웃이었던가를 생각하며 짐짓 놀라게 된다. 그렇다면, 네 개의 십자가는 한·중·일과 또 다른 나라 하나를 상징하는 것일까. 미국? 북한? 러시아?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휴가를 와서도 자꾸 일 생각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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