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0.7%>‘재정중독’ 정부, 둑 터진 경기하락 막기 역부족

소득주도 → 포용성장 정책 전환
내년까지 세금12兆 일자리 투입
툭하면 보조금 등 나랏돈 퍼부어
복지대책 아닌 경기부양책 필요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7% 성장에 머문 것은 정부가 성장률 제고를 위해 주력해온 ‘전방위 재정투하’ 전략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 정책만 해도 지난해부터 본예산 외에 추가경정예산 등 총 17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고도 경기 흐름과 경제정책이 엇박자를 내거나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고용 참사’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 정책에 의존하는 경제성장 전략의 수정 없이는 하반기 미·중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고용 쇼크에 따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경기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재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내년까지 12조 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일자리안정자금 등 보조금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이른바 ‘재정 중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 등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근본 대책 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비용을 증가시키는 반시장 정책의 부작용을 나랏돈으로 막으려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재정지출이 당초 중기재정계획인 5% 중반대보다 2%포인트 높은 7% 중반 이상이 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으로 저소득층과 서민 지원에 드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예산이 429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은 470조 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으로 편성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청년·노인·영세 자영업자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 분배구조 악화를 막자는 취지인 ‘포용적 성장’이라는 간판만 바꾼 경제학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줄였다는 오해가 많은데 지나치게 임금소득 측면이 부각됐다”며 “포용적 성장은 이전소득 등 분배 측면을 더 강조하기 위해 쓴 용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재정 확대 정책만으로는 하반기 경기 하락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경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투자, 소비 전 부문에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보조금 지원 등 복지 대책이 아닌 경기 부양책 등 산업 활성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