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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7일(金)
북핵보다 同盟 안정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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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몬테네그로 放棄’ 발언
한반도 적용시, 충격 훨씬 커
미·중 각축 한반도, 21세기 발칸

김정은 후견인 자임한 시진핑
北核이용 한·미 동맹 파기 노려
트럼프 시대 동맹 위기 막아야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팎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미 국내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부하며 반역적 행동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푸들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동맹국들은 헬싱키회담 자체보다 그 후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를 지키려다 3차 대전이 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경악하고 있다.

당사국인 몬테네그로는 물론 나토 회원국들도 ‘나토의 집단 안보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인구 65만의 미니 국가지만 발칸반도의 군사 요충지에 위치해 서방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대결장이 됐다. 몬테네그로는 1992년 유고슬라비아 해체 후 신유고연방 소속일 땐 친러 국가였지만, 2006년 독립 후 친서방으로 선회, 지난해 나토 회원국이 됐다. 미 국무부는 이를 위해 기념행사를 주최했을 정도로 이 나라를 중시하고 있다. 그런 몬테네그로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리가 피를 흘리며 지켜줘야 하느냐’는 주장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몬테네그로 발언은 나토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동 개입하도록 규정한 나토 헌장 5조를 미국이 부정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러시아 등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방어 의무를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동맹에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주는 충격은 훨씬 크다. 한반도는 미·중 패권 경쟁터가 되면서 21세기의 발칸반도로까지 불리고 있는데 유사시 미국이 발을 뺄 경우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 상호방위조약엔 ‘한반도 무력충돌 시 미국이 즉각 개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을 뿐, 나토 헌장과 같은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자동개입 조항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다’ 정도로 기술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존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대한민국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전략자산의 한국 전개 중단 방침을 밝혔고 미군의 한국 주둔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미국의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보지 않고, 경제적 편의주의에 입각해 판단하는 그가 언제 한국을 몬테네그로 취급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워싱턴 방문 때 만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백악관 인사는 “한·미 동맹이 앞으로 2∼3년은 괜찮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어떤 위기가 올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주한미군의 2만2000명 이하 감축을 법으로 제한하는 등 동맹 보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시대가 4년 더 연장되면 주한미군 감축이 가시화하면서 동맹 관계 자체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손잡고 비핵화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철수가 핵심이다. 북한을 비판하던 시 주석이 김정은을 세 차례나 중국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 것은 북핵에 대한 입장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북핵을 폐기 대상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중 패권 대결을 벌이는 데 유용한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시 주석이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나서면서, 북핵은 한·미 동맹을 흔드는 수단이 됐고, 폐기는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지키려다 3차 대전이 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북·중 제안을 덥석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깨끗이 대한민국에서 손을 떼겠다는 한반도판 몬테네그로 선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향후 2년 반, 어쩌면 6년 반 동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보다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비핵화 마중물 정도로 쓰려다 북핵 폐기엔 손도 못 댄 채 한·미 동맹만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럴 바엔 한·미 동맹을 견고히 하면서 제재와 압박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고사시키는 편이 낫다. 북핵은 사반세기를 끌어온 고질병인 만큼 관리 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성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동맹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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