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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27일(金)
下剋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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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끝까지 싸우는 이유를 연구한 각종 결과의 공통된 답은 ‘전우애’다. 레너드 왕 박사 등 미 육군참모대학 연구진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과 이라크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전쟁에서 싸우는 이유에 대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연구 결과 이라크군 병사들을 전장에 붙잡아 두는 이유는 ‘강압’이었다고 한다. 탈영자들은 공개 처형과 가혹한 처벌을 받았고 부모들까지 투옥되다 보니 전장을 떠날 수 없었다. 무능한 지휘관에 대한 존경심도 없었고, 동료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우애가 없었다.

반면 미군은 부대생활과 훈련, 그리고 전투를 수행하면서 동료들과 가족 같은 친밀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고 “동료를 위해 싸운다”는 전우애가 확고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나 때문에 죽는다면 그것은 내가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다” “그가 내 뒤를 지켜주고, 나 역시 그의 뒤를 지켜준다면 별일 없을 거야”라는 반응도 있었다. 근저에는 이라크에 자유를 준다는 동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앞선 베트남전에서는 영 달랐다. 징병제로 치른 베트남전에서는 상관이나 동료 병사를 살해하는 프래깅(fragging)이 빈번했다. 무리한 명령을 남발하거나 가혹 행위를 하는 장교의 막사에 사병들이 프래그(frag)란 은어로 불린 세열수류탄을 던져 넣어 살해한 데서 비롯됐다. 최소한 230명의 장교가 동료 군인에 의해 살해됐고, 1400여 명의 살해에 대해서도 그런 의심이 남는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이를 하극상(下剋上)이라고 하는데 일본 전국시대는 ‘하극상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위, 아래가 자주 뒤바뀌었다.

12·12 군사반란을 경험한 우리 입장에선 군내 하극상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고 법으로도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벌어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민병삼 100기무부대장 사이에 벌어진 설전(舌戰)을 보면 이것이 과연 전투하는 군인지 의심할 지경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을 둘러싸고 “완벽한 거짓말” “36년 군 복무의 명예를 걸고 진실이다”는 말까지 오고 갔다. 이 장면이 만약 전쟁터에서 벌어졌다면 적군은 싸우지도 않고 승리했다. 하극상인지 아니면 장관이 거짓말로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인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당나라 군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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