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왕관’… 판화계 새 물결 기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경아 작가의 ‘Freshman’

‘온 페이퍼 국제공모전’ 대상받은 민경아 작가

달팽이 왕관쓴 민화속 호랑이
동서양 한데 어우러진 이미지
美·日 등 48개國 266명 제쳐

美서 판화전공·개인전 활동도
“전업작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판화는 다른 미술 장르보다 해외운송의 용이함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국제판화전이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제 수상 소식이 국내 판화계에 활력소가 돼 전업 작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온 페이퍼 2018 국제판화공모전(ON PAPER INTERNATIONAL PRINTMAKING AWARD 2018)’에서 민경아(사진) 작가가 대상인 위너(WINNER)를 수상,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30일 현재 대회 홈페이지(www.onpapercontest.com)에는 민 작가가 대상인 ‘위너’를 수상했으며 2등상인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상(CREATIVE PROCESS PRIZE)’은 미국의 모니카 비스블라, 특별상인 아와가미상(THE AWAGAMI PAPER AWARD)은 일본의 다키자와 다로가 수상했다는 소식이 메인 화면에 실려 있다.

스페인의 세계적 판화 아티스트인 누리아 멜레로가 창설한 이 대회는 올해 4회째로 세계 각국의 전문 판화가들과 판화 교수들이 작품을 출품,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는 세계 48개국 267명의 판화가가 작품을 냈다.

대상을 차지한 민경아의 판화작품 ‘Freshman’(40×30㎝)에는 대학교 건물 앞에 달팽이 왕관을 쓴 한국의 민화 호랑이가 등장하고 있다.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인 리노컷 판화인데 두꺼운 리놀륨 판을 이용한 부조판화로 목판화와 목각의 중간에 해당된다.

작가는 “서로 관련이 없던 동서양의 이미지들이 한 작품 안에서 만나도록 재구성했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공물이 한 작품 속에서 갈등하고 화해하며 새로운 장으로 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영국 브리스톨의 스파이크 판화 스튜디오에서 8월 17일까지 전시된다.

현대 미술로서의 판화 장르를 집중 조명하는 이번 대회에서 민 작가의 수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판화 작품으로서 국제적인 예술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국내 화단에서 판화의 위상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 작가의 수상이 이를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판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립돼 서승원, 전성우, 윤명로 작가 등이 왕성하게 판화 작업을 했고,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계 작가들이 판화를 또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판화가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음에도 옵셋 인쇄물이 판화인 것처럼 시중에 일부 유통되며 판화 작업을 이미지 복제작업 정도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씨는 “한정된 매수를 찍어내지 않고 AP판(작가 소장용으로 전체 에디션의 10% 이내)을 남발하거나 옵셋 인쇄물을 판화라고 팔면서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며 “판화에 대한 대중의 그 같은, 잘못된 인식 교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경아 작가는 고려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가 판화를 전공하고 귀국해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판화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외 개인전 20여 회를 열었고, 주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고려대박물관,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등에 소장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