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에세이 소설’… 일방적 주장 펴는 집단심성 풍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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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이세상 만세’ 낸 김원우

“작업실이 낡은 오피스텔이라 에어컨이 없어요. 에어컨 호스를 설치하려면 15m가 넘어서 안 된다나. 그래서 이 삼복 더위에 오로지 선풍기에 의존해 버티고 있어요. 그래도 이게 어디야. 매일 매일 읽고 쓸 수 있어서 좋지.”

장편소설 ‘이세상 만세’(까치·사진)를 펴낸 김원우(71) 작가. 그는 일상에서도 원숙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1977년 소설 ‘임지’로 데뷔한 이후 41년. 정직한 시선과 깊은 비판의식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번엔 아예 작심하고 현 세태와 정부, 문단에 거침없는 비평을 쏟아냈다.

“에세이 소설이라고 하면 되겠다. 그동안 연애, 전쟁, 효도 등을 소설에 우려먹었으니 형식 자체를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에세이 비슷하게 사회를 풍자하면서 메시지를 던지자. 인과를 넣어서 소설을 억지로 조작할 게 아니라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된 것을 써보자. 그렇게 나름대로 애를 썼다.”

5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장마다 별도의 이야기 같지만 등장인물 간의 인연 속에 서로 단단히 맞물려 있다. 은퇴한 교수, 늦깎이 소설가, 이복형제 등의 사연이 펼쳐지지만 인과보다는 그 현상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더 강렬하다.

“4장 갈대의 진정이 핵심이다. 보다시피 2017년 촛불 집회에 관한 이야기다. 탄핵정국, 촛불집회를 정확하게 보자는 생각에서 썼다. 촛불집회 당시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두 애국, 우국을 말했다. 그러나 실제 그랬나. 촛불 여론에 휩쓸려 반대 하나 없이 세상이 뒤바뀌는 게 진정한 민심이고 민의인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김 작가는 여기서 서양사 서술의 한 방식인 ‘망탈리테(mentalite)’ 개념을 꺼냈다.

“우리는 아직도 왕조사, 제도사만 쓰고 있는데 민중사에 주목해야 한다. 민중사는 뭔가. 집단심성이다. 프랑스어로 망탈리테. 역사를 바로 알려면 과거사를 돌아보고 망탈리테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4장은 촛불집회 때 청와대의 집단심성을 100여 년 전 벌어졌던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집단심성에 비유했다. 달라진 게 없다. 집단심성 자체를 반성해야 한다.”

김 작가는 문단의 ‘끼리끼리’ 문화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요즘 문단이 엉터리다. 사분오열돼서 치고받고 남은 배제한다. 조금만 이름나면 행세하고 평생을 먹고 산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소성(小成)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고 말했다. “어떤 일에 사사건건 시비나 가리자며 무리 지어 일방적 주장을 펴는 것은 반사회적 삶이다. 아무리 베어내도 그 자리를 지키는 식물처럼 제 자리를 지키는 사회적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

이 소설은 전작 ‘운미회상록’ 이후 불과 1년여 만의 신작이다. 작업실로 매일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직하게 글을 다루는 작가의 부지런함과 고집이 잘 담겨 있다. 김 작가는 “국어·영어·한자사전을 늘 찾아보며 한다. 소설가란 모름지기, 어휘량을 늘려야 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우리말의 다채로움을 새길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468쪽, 1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