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멘털 노트>“자신을 믿고 즐겨라”… 숨어있던 ‘승리의 DNA’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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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본능을 깨워라

승부 뛰어난 사람은 기질 달라
안정보다 ‘다양한 변화’ 추구
힘든 상황에도 ‘집중력’ 유지

뒤지고 있는 경기·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능력 발휘

골프를 잘하기는 정말 어렵다. 수많은 레슨과 수없이 많은 라운드를 해도 싱글 핸디 캐퍼가 되지 못한 주말골퍼가 많다. 기량은 싱글 핸디 캐퍼 수준일지라도 막상 타이틀이 걸린 경기나 내기라도 하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맞던 드라이버나 아이언, 심지어 퍼트까지 경기에만 돌입하면 어이없는 결과로 무너지고 만다. 이 경우 ‘멘털이 약하다’ ‘새가슴이다’ ‘킬러 본능이 부족하다’는 등의 말을 듣는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김세영(사진)이 LPGA투어 사상 최다언더파(31언더파)와 최저타(257타) 기록을 한꺼번에 깼다. 코스가 쉬워서 그런 것 아니냐며 일부 폄하의 말도 있지만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김세영의 타수는 2위와 무려 9타 차이였다. 코스가 아무리 쉽다 해도 이 같은 기록을 만들어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

필자가 굳이 전공해온 심리학을 거론하지 않아도 김세영과 같은 선수는 킬러 본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세영이 그동안 놀라운 결과를 냈던 게 그 근거다. 2013년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15번 홀까지 선두 이정은에게 2타 뒤처져 있다가 17번 홀 버디, 18번 홀 이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했다. 또 그해 9월 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는 16번 홀까지 선두 유소연에게 3타 뒤처져 있다가 17번 홀에서 기적 같은 홀인원 덕에 연장에 합류해 역전 우승할 수 있었다. 2015년 4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는 18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극적인 ‘칩 인 파’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간 뒤 연장 첫 홀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로 박인비(30)를 꺾고 우승했다.

흔히들 킬러 본능이 뛰어난 사람은 기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DNA가 다르단다. 이들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안정보다 변화를 추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안정적이고 편안하면 변화보다는 안주하고자 하며, 경쟁자보다 월등히 앞설 때는 마음이 느슨해지고 풀리기 쉽다. 하지만 킬러 본능이 강한 사람은 절대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둘째,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누구나 경쟁에서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남다르다. 셋째, 경쟁자들과 견줄 만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다른 경쟁자와 겨룰 수 있는 무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끊임없는 기술 연마가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경우라도 그 본능을 발휘하는 데 있다. 압박이나 부담이 심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킬러 본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최저타를 기록한 김세영도 이 직전까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였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부진했다. 캐디 폴 푸스코와 엄청나게 준비했던 대회라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진 원인을 물어봤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다. 다름 아닌 ‘릴랙스’였다. 김세영은 “오늘 보기 없는 라운드가 목표였는데 신기록까지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대회(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뒤 유튜브 동영상을 분석하고 나를 믿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진정한 킬러 본능은 자신을 믿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나온다. 우리는 흔히 성공이란 것이 피땀 흘린 고통스러운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 일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어야만 그 분야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킬러 본능이 뛰어난 선수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들 수 있다. 우즈가 뜨거운 열정 하나로만 세계를 제패한 것은 아니다. 이면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냉철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한 멘털’이 있었다. 연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심리상담자에게 상담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멘털 유지를 위해서였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킬러 본능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본능을 일깨운 자와 일깨우지 못한 자가 있을 뿐이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