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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30일(月)
美 이용하는 北, ‘봉’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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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일인 27일 북한은 55구의 미군 유해를 송환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체어맨이라고 부르면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자초한 일이든, 마녀사냥이든 트럼프만큼 언론과 야당의 공격에 시달리는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온갖 성 추문부터 막말 비판, 거짓말쟁이 비난, 미·러 정상회담 저자세 논란까지 백악관 집무실에서 버티는 의지가 용할 정도다. 오죽하면 공화당의 반 트럼프 진영에 속한 랜드 폴 상원의원까지 “트럼프 끌어내리기 신드롬”이 미국 정계에 존재한다고 최근 인정하지 않았던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가 30일로 정확히 100일 남았다. 역대 최악의 정치지형에서 미군 유해 송환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폭염 속 단비와 같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동시에 잃으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가 탄력을 받고 탄핵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외줄 타기처럼 위태로운 글로벌 무역전쟁의 동력도 순식간에 방전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상하원을 유지하면 각종 정책추진은 물론이고 2020년 재선도 유리해진다. 원래부터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카지노 호텔 개발업자로 협잡꾼, 난봉꾼 정도로 여겼던 트럼프가 백악관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어쩔 도리없이 받아들였지만, ‘기존 워싱턴 정치는 잘못됐다’ ‘당신들 때문에 미국이 이 모양이 됐다’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공존 불가의 측면을 갖고 있다.

북한은 미국 정치의 현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공존의 미·북 관계를 수립하자는 신호다. 그 언약의 봉투에는 협상 장기화라는 암묵적 요청이 담겨 있다. 중간선거 선물을 건넸으니 단기타결을 채근하지 말라는 요구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이 2020년 상반기 엉성한 비핵화 시간표를 던진다면 나쁜 진행이 아니다. 전례를 봐도 6자회담 1∼6차까지 5년이 걸렸던 만큼 비핵화 협상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 된다. 북한 핵 위협이 관리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기만 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배를 타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휩싸여 있다. 미·북 협상이 좌초하지 않으려면 일단 중간선거 승리를 돕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부터 눈치 있게 들어줘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역시 한국이 지갑을 여는 상황을 미국이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미·북 신관계 구도에서 한국은 피기 뱅크(돼지 저금통)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 정세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유해송환이 이뤄진 27일 노동신문 사설을 보자.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야 할 중대한 과업이 나서고 있다.’ ‘최후의 승리는 우리 것이라는 철석의 신념을 간직하여야 한다.’ 북한은 지금 최후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내부 민심이 중요변수지만 사상 통제를 하고 서울에 있는 ‘평양의 친구들’이 이번에도 제대로 배역을 소화한다면 북한은 핵 보유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 피기 뱅크의 배를 가를지 말지는 북한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jklee@
e-mail 이제교 기자 / 국제부 / 부장 이제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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