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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30일(月)
미국의 홀대와 對중국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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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對中수출 무역분쟁 불구 호조
반도체 호황 업은 일시 현상
트럼프, 중국 경제구조 타깃

美, 韓에도 압박카드 만지작
유일한 자구수단은 구조개혁
소득-포용성장 논쟁 공허할 뿐


올해 상반기 대(對)중국 수출이 ‘대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1%다.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고, 그 와중에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이 많아 유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의 호실적이다. ‘사드 보복’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6.7%로 역대 최대치다. 대미국·EU·일본 수출 비중을 합한 26.3%를 넘는다. 그 반전의 주역은 수출 주력군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반도체는 수요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7% 급증했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산업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석유화학제품도 23.7% 증가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전 중인데, 우리의 대중국 수출 전선에는 정말 이상이 없는 것일까.

답은 ‘일시적 착시’다. 반도체에서 한·중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올해 말부터 중국기업의 자체생산이 확대되면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단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 전망도 여기에 근거한다. 더 큰 문제는 수개월 내 미·중 분쟁의 영향이 가시화할 것이란 점이다. 그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중간선거를 겨냥하는 좌충우돌 전략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어서다. 글로벌 기술경쟁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데 글로벌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ZTE, 차이나모바일 등을 제재한 것도, 중국이 퀄컴의 네덜란드 NXP 반도체 인수를 승인해주지 않은 것도 그 전장의 전투들이다.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장클로드 융커 EU 위원장과 만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도 시장에서는 중국과의 정면대결에 대비한 예비전력 확보 차원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EU가 중국에 대해 연합전선을 펴는 전략이라는 관측까지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하는 것은 무역전쟁 이후 중국시장의 구도”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줄곧 나오고 있지만, 중국 견제에 대해선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모순적 구조에다, 오랫동안 환율 개입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해온 불공정성. 또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으면서도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외국 기업을 규제하면서 자국 산업을 키우는 자국 중심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다. 어떠한 근거도 없이 전방위로 전개됐던 ‘사드 보복’에 분노했던 우리로선 능히 이해할 수 있는 정서다. 한국 수출만 아니라면, 싸움을 부추겨 중국이 혼쭐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전선의 경제 동맹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찾아 2000억 달러(약 225조 원) 규모의 수입 자동차에 고율(2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의 대답은 “조사 중이어서 (가부를) 말하긴 너무 이르다”는 정도였다. 혈맹(血盟) 수준에서 보면 ‘홀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4개월 전에 마무리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합의안에 서명도 미루고 있다. “서명하기 전까지 수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도 한참이다. 북한 비핵화를 놓고 벌이는 미·북 협상, 거기에 연동되는 남북경협과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을 압박할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안보동맹과 동전의 양면처럼 굴러가는 통상 관계의 실체가 그러하다.

국제 정치의 뒷배는 경제력이지만, 되레 그 볼모가 되기 일쑤인 게 경제관계다. 양대 패권 사이에서 각기 ‘동맹’과 ‘우호’라는 이름으로 정치 거리를 저울질해온 한국으로선 무역 분쟁에서도 경제 거리를 놓고 곤혹스러운 입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신흥국 위기설이 나오는 데 대해 “구조개혁이 우선”이라고 했다. 해외 자본 유도와 유출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국제 분쟁의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구수단은 결국, 펀더멘털 강화뿐이라는 얘기다. 예측 불가의 대외 악재가 두렵고 2분기 0.7% 성장에 그친 대내 현실이 암울한 요즘, 소득주도성장이니 포용적 성장이니 하는 논쟁이 참으로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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