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석탄반입 ‘정부묵인’ 확인땐 외교파장

국내기업 다수 연루 정황

의심선박 수차례 입항에도
정부 적극조치 안 해 논란
업체 ‘용인받고 수입’ 의혹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업체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면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석탄이 국내 어느 분야에서 소비됐는지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질 뿐 아니라 정부 대응의 적절성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받을 경우 미국과의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북한 석탄 수입을 정부가 묵인하고 보장했을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3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러시아산으로 위장된 북한산 의심 석탄을 싣고 국내에 들어왔던 파나마 선적 ‘스카이 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로부터 석탄을 수입한 업체는 2곳 이상의 복수 업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산 의심 석탄이 그만큼 국내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입·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연결되는 석탄 수입 루트에 북한산 석탄이 섞여 들어올 수 있는 틈이 벌어져 있다는 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산 석탄의 출발지인 러시아가 북한 석탄을 금수 품목으로 지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사실상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선박을 통해 들여온 9000여t의 석탄이 국내에서 어디에 소비됐는지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석탄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업계는 시멘트나 제철, 전력 등 기간산업에 해당되는 분야다. 이들 분야에 속한 업체들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소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이 됨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로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부가 수입 기관이나 업체 등에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형국이다. 기업으로서는 북한산 석탄을 쓰는 것을 정부로부터 용인받고 수입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런 부분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견해인 것이다.

그 연장에서 북한산 의심 석탄의 국내 반입 의혹에 대해 과연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대응했는지가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부는 스카이 에인절호와 리치 글로리호에 대해 지난해 문제의 석탄 하역 당시 북한산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석탄의 국내 반출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후에도 해당 선박들이 한국 영해를 수차례 드나들었음에도 억류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석탄이 국내에 반입된 절차뿐만 아니라 해당 석탄들의 행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박준희·김영주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