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적으로 가족 형태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
고레에다 감독 來韓 간담회

“정부로부터 축하를 받는 것은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사진) 감독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어느 가족’이 일본 영화로는 21년 만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지 못해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9일 내한해 30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 수입사 티캐스트가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을 차단했지만 “국회에서 해결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내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건 편치 않다”며 “영화를 둘러싼 본질적인 이야기가 초점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지난 6월 8일 일본에서 개봉해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26일 국내 개봉 이후 30일까지 누적 관객 수 3만858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을 뛰어넘은 성적으로, 한국과 할리우드 대작이 치열하게 여름 시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극장가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에는 작게 낳아서 긴 시간을 들여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다.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정서에 울림을 주고 감동을 전하는지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며 “나 자신이 절실한 주제를 풀어내면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원제가 ‘만비키(좀도둑) 가족’인 ‘어느 가족’은 한 할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사연으로 모여 가족의 형태를 꾸리고 사는 여섯 식구가 뿔뿔이 흩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대표 배우 기키 기린과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등이 주연을 맡았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가족이 이래야 하고,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인지 정의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억압적으로 가족의 형태를 규정하는 것은 좋지 않은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혈연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날 무대 인사와 관객과의 대화 등 영화 홍보 활동을 한 후 ‘본격연예 한밤’(SBS), ‘방구석 1열’(JTBC) 등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