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軍備통제는 철저한 상호주의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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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

얼마 전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 제출한 자료에서,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병력과 장비를 연내에 시범 철수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대북 3축 체제’인 킬 체인(Kill-Chain) +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포함한 방위력개선사업 예산도 축소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GP 철수 및 방위력개선사업 예산 축소 모두는 그 본질상 ‘군비통제(Arms Control)’의 영역에 속하는 이슈다. 군비통제란 적대국 사이에 상호협의를 통해 군사적 위협요인을 감소·약화시킴으로써 안보를 달성하려는 ‘군사적 협력’을 말한다. 이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당사국 모두 신중하고 세심한 연구와 고도의 기술적인 협상에 참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선제적 GP 철수 및 방위력개선사업 예산 축소와 같은 군비통제 조치들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군비통제 조치들과 함께 상호주의에 입각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은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지, 군비통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남북한이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인한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에서 벗어나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상호협의에 의한 군비통제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충분한 협의를 통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 뭐가 급하다고 우리가 선제적 군비통제를 추진하려고 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중·장기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북한과 상호대화 및 협력을 통해 군비를 통제함으로써 안보를 달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운용적 군비통제다. 군사력의 운용과 배치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남북 상호 간 전·후방부대이동이나 기동훈련 등에 관한 군사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군사적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호감시 확인케 함으로써 기습공격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군사적 신뢰구축이 먼저 이뤄지고 난 뒤에 남북한 간 GP 철수나 포병 화력 후방배치 등 문제를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다음으로, 구조적 군비통제다. 군사력의 규모와 구조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군비증강 추세를 적절히 반영해 군비통제를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축 체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력증강사업은 북한 위협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주변국 위협까지 고려해 추진하고 있다. 북한만을 고려해 3축 체계를 비롯한 전력증강사업 관련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관점에서 군비통제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상호억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도 군비통제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그들의 안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비통제를 추진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재래식 군사력 위협 감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선제적 GP 철수 및 방위력개선사업 축소 조치들은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대단히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