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번지점프…’에서 주인공 인우와 태희가 왈츠를 추는 장면.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관객몰이
세종문화회관 공동제작 특효
부담적은 관람료·재관람 할인
‘혐오대사’수정 등 원작 보완
주연 강필석-이지훈 매력대결
뮤지컬을 보고 나오는 사람 중 일부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부른 넘버였다. 관객이 저 노래 가사를 어떻게 외울까. 일부 관객은 그날 캐스팅을 알리는 보드 앞에서 발길을 멈춘 채 오랫동안 응시했다. 또 다수의 관객이 극장 로비에 있는 재관람 예매 데스크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이하 번지점프·사진)를 상연 중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본 장면들이다. 올해로 세 번째 무대에 오른 ‘번지점프’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는 공연계의 평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형 작품이 쏟아지는 뮤지컬 시장에서 중극장 공연 작품이 이처럼 마니아를 거느리며 관객몰이를 하는 비결은 무얼까.
첫째로,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사장 대행 서정협)의 절묘한 선택을 들 수 있다. ‘번지점프’는 동명의 영화를 모태로 만든 뮤지컬로,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 때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기존 제작사가 도산한 후유증이 컸다. 창작 뮤지컬 작품이 난립하며 우수작들이 사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제작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공연 무대도 마땅치 않았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세종문화회관 측은 제작사 달컴퍼니(대표 강효진)와 손을 잡고 공동 제작에 나섰다. ‘번지점프’의 부활을 원하는 마니아 층이 있으니 작품을 잘 만들어 올리면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세종문화회관으로서는 630석 규모인 M씨어터를 종합공연물 무대로 특화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은 “종합공연 전문극장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콘텐츠를 찾아야 했는데, ‘번지점프’가 거기에 부합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번지점프’의 삼연(三演)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관람료가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한 요인이다. 관람료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관객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관람 때 할인을 해 주는 마케팅도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번지점프’의 줄거리는 영화 원작을 따르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 태희가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났어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인우. 그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고교생 현빈이 죽은 태희를 너무 닮았다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사랑의 비극적 운명과 그 통증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 원작이 2001년에 나온 만큼 시대 변화에 맞게 대본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김민정 연출은 극 중에서 여성의 몸이나 희롱에 관련한 대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또한 동성애 혐오로 비칠 만한 대목을 가다듬었다. 일부 평자는 그렇게 수정한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관객들은 무난하게 받아들이고 극에 몰입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의 내공과 열정도 스테디셀러로 뜬 중요한 요인이다. 초연부터 재연, 삼연까지 주인공 인우를 맡은 강필석은 무대를 장악하는 노련함으로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역시 인우로 더블 캐스팅된 이지훈은 새로 합류한 신선함으로, 또 대중가수 겸 배우로서의 인지도로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태희 역할을 하는 김지현과 임강희는 1980년대 사랑을 구현하며 그게 왜 현재성을 띠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우 친구 역의 최호중, 진상헌은 극의 긴장을 높이거나 유머를 만들어내는 일을 적절히 해 낸다.
뮤지컬 ‘번지점프’의 성가를 높이는 것은, 역시 윌 에런슨(Will Aronson)과 박천휴 콤비의 음악에 있다. 이른바 ‘윌·휴 콤비’로 불리는 두 사람이 작사·작곡한 음악은 사랑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관객의 가슴에 전달한다.
‘번지점프’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8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