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감 높이고 인기 얻고… ‘배우의 예능화’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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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하지원 등 주연급 참여
25명 고정 MC·패널로 맹활약

신비주의 벗고 대중에 가까이
이미지 우려에 단발출연 선호

“입담 좋은 배우 없나요?”

친분이 있는 방송사 예능 PD를 만나면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다. 예능감을 가진 배우를 추천해달라는 의미다. 항상 ‘새 얼굴’에 목말라 있는 방송가에서 외모가 뛰어나고 인지도도 높지만 예능 출연은 뜸했던 배우들은 더없이 좋은 섭외 대상이다. 최근 예능을 통해 인기를 얻으려는 몇몇 배우의 적극적인 행보가 더해지며 배우들의 예능화(化)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문화일보가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예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약 25명의 배우가 고정 MC 혹은 패널로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신규 드라마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홍보 차원에서 예능국의 문을 두드리던 배우들이 영역 간 벽을 허물며 활동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예능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배우는 차태현이다. 2012년부터 출연하고 있는 KBS 2TV ‘1박2일’을 비롯해 KBS 2TV ‘거기가 어딘데’, MBC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하며 요즘은 연기보다 입담을 과시 중이다. 예능 프로그램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일요 예능에는 차태현·윤시윤(1박2일), 정혜성·구자성(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이승기·이상윤(SBS ‘집사부일체’), 이광수·전소민(SBS ‘런닝맨) 외에도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 이례적으로 배우 하지원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이덕화(채널A‘도시어부’), 김수미(tvN ‘수미네 반찬), 소이현·인교진, 강경준·장신영(SBS ‘동상이몽), 엄현경(KBS 2TV ‘해피투게더’) 등이 각 채널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배우들의 예능 참여가 활발해진 가장 큰 이유는 인식의 전환과 트렌드의 변화다. 기존에는 배우들이 코믹한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경계해 예능 출연을 꺼렸다. 하지만 출연자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관찰 카메라를 촬영한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었다. 또한 신비주의 콘셉트를 벗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며 대중이 친근감을 느끼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쌓은 긍정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 및 CF 출연 섭외도 늘게 됐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이서진이다. 이서진은 2011년 MBC 사극 ‘계백’ 이후 활동이 뜸했으나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에 출연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선 굵은 이미지로 대표되던 배우 송일국 역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후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tvN 관계자는 “예능 출연에 대한 배우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섭외 제안을 건네면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이 먼저 출연 가능 여부를 묻기도 한다”며 “그럼에도 장기간 출연은 이미지 고착 등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즌제 예능에 단발적으로 출연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