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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31일(火)
여성의 敵은 남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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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역사상 위인(偉人·great man) 가운데 여성(woman)은 매우 드물다. 고작 근현대사에서나 간헐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집합명사로서의 칭송은 차라리 위로다. 위대한 남성을 길러낸 보조인물이거나 맞짱을 뜬 대항인물로 기억될 뿐이다. 당연히 위대한 업적을 이룰 능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오랜 세월 기회의 평등을 누리지 못했다. 업적을 이루고도 뒤에 가려져 있었다. 과학자든 화가든 작곡가든 예외가 없었다. 구조의 문제였다. 남성중심의 구조는 인류 대부분의 역사를 관통했다. 그렇게 남성중심 사회시스템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했다. 결국 모든 여성은 구조화된 차별의 희생자인 셈이다.

그러니 여성들은 분노해야 한다. 최근 여성들의 분노 표출은 이런 점에서 정당하다.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심리학자 해리엇 러너는 “분노는 어떤 신호,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는 신호”라고 평했다. 방법론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분노할 줄 아는 여성을 위한 분노 사용법을 담은 책 ‘The Dance of Anger’에서 러너는 “분노 자체는 일 해결에 도움되지 않으며 분노를 만들어낸 인간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분노를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의미다. 마땅히 분노의 대상은 관계의 문제, 즉 성차별과 불평등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이 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남성이 아니다. 남성 일반을 적으로 삼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혐오와 무차별 복수에 만족한다면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미러링(mirroring)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는 구조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다. 남성혐오 사이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워마드’(womad)나 여성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대결 행태가 지금 그렇다. 미러링도 얼마든지 품격 있게 할 수 있다. 워마드의 극단적인 노이즈 마케팅(성체 훼손·성당 방화·낙태 인증 사건 등)은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혐오로 받아들여지게 만들 뿐이다. 괴물을 따라 하면 똑같은 괴물이 되고 만다.

여성들이 눈을 돌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한국의 성차별 개선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 역시 꼴찌를 벗어난 적이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에서 성차별을 줄이면 한국 GDP가 10% 증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성차별 해소는 저출산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도, 노동시장에서의 왜곡된 구조와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핵심 정책이다. OECD 20개국 출산율 결정 요인 분석에 따르면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을수록, 성별 임금 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증가한다. 또 사회 전반의 남녀평등 지수가 높을수록 ‘독박 육아’ ‘경단녀’ ‘승진 차별’ ‘임금 격차’ 등의 성차별이 적다. 여성의 분노가 목표로 삼아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남성육아 확산, 유리 천장 해소, 출산율 제고, 국가경제발전의 연쇄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면 한번 제대로 해볼 만한 하지 않은가. 중차대한 과제를 앞에 놓고 극한의 혐오 대결로 정신적·물질적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다.

jupiter@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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