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기업 氣살리기는 없고 분배 치중한 ‘稅퓰리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귀 기울여… 정부가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물리고, 저소득층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세법개정안을 지난 30일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병규 세제실장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개정안을 사전에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세법개정안’ 전문가 평가

조동근 명지대 교수
“소득분배 개선 효과 의문”

홍석철 서울대 교수
“조세재분배,경제비효율 초래”

성태윤 연세대 교수
“기업 전체 稅부담 줄여줘야”

박정수 서강대 교수
“성장위해 획기적 규제완화”

정부가 30일 확정한 ‘2018 세법개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성장보다는 분배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조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살리기에는 미흡했다는 비판과 함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재분배와 과세 형평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과세 형평성은 부족해 보인다”며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이 드는 만큼 앞으로 정부 조세 정책의 가성비도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 지출은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안 받거나 깎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재정지원 효과를 낸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세금 지원만으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세로 소득재분배 정책을 하다 보면 재정정책과 중복되고, 최근 근로소득이 이전소득보다 작아지는 것처럼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며 “근본적인 것은 제도나 투자의 문제로 규제 개혁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 개편은 어디에 돈을 쓸 것인지에 대한 것과 연동이 돼야 하는데 겉도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이 축소된 상황으로 혁신성장의 조속한 성과 도출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선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투자에 더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소득재분배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기업에 대한 세제 변화 부분은 여러 문제가 보인다”며 “정부에서는 고용과 관련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고용을 공제 등의 형태로 접근하면 세제체계를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는 고용까지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전체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부문 감세 정도로 중소기업의 상황이 호전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규제 완화로 새로운 영역의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세수 확보 대책을 세워 재정 악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소득 상한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급 대상은 지난해 기준 166만 가구에서 내년 334만 가구로, 지급 규모도 1조2000억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크게 늘린다. 이와 함께 현재 30만∼50만 원 수준인 자녀장려금(CTC)이 내년부터 50만∼70만 원까지 늘어난다.

EITC·CTC로 지원되는 금액은 내년 3조8091억 원에 달하는 등 앞으로 2023년까지 5년간 누적으로 총 14조84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한시적인 최저임금 지원 대책에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는 게 쉽지 않아지면서 나온 대안으로 풀이된다.

박민철·박정민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