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견디고 나면 안식이 오겠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하 새 시집 ‘아픔이 너를…’

‘고통을 기록하는 시인’ 이승하가 새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문학사상)를 펴냈다.

이승하 시인에게 삶은 고통의 기록물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삶은 고통을 견디는 과정이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말인가.”(‘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중)

제일 먼저 배치된 표제작부터가 고통의 시작이다. 시인은 죽음보다 아픈 고통의 흔적에 몸부림치지만 역설적으로 고통을 참고 견뎠기에 “진저리치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노래한다.

시인이 마주하는 고통의 양상은 실로 다양하다. 가위눌림, 장애아동, 욕창, 두통, 위안부, 이산가족 등. 생로병사에 따른 육체적 고통부터 일제강점기와 분단 등 역사적 고통까지 아우른다. ‘혀’에선 일간지 사회면 기사로 나온 초등학생 혀 절단 사건을 모티프로 무차별적 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한다.

하지만 시인이 고통을 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평화와 안식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저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담았으니／／세계여 이 사진만큼만／ 사랑스럽기를, 평화롭기를.”(‘세 번의 만남’ 중)

시인의 고통스러운 언어는 곧 사랑과 평화의 언어로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경북 의성 출신인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화가 뭉크와 함께’,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비망록’이 당선돼 시인 겸 소설가가 됐다.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모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