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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1일(水)
한·미 동맹과 北核의 밀거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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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美조야,트럼프 외교 無知 우려
文정부, 同盟보다 北 중시하면
美 떠난 한반도,中 편입 가능성


지난주 4개월 만에 방문한 워싱턴의 분위기는 폭우와 폭염으로 이어진 날씨만큼이나 짜증 나고 어수선했다. 3월에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극적인 미·북 정상회담 합의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혼재했는데, 이번엔 미·중 간 무역·환율 분쟁과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의 여진으로 벨트웨이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특히 헬싱키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오버랩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요청대로 12명의 러시아 스파이를 조사하도록 할 테니 돈세탁 등의 혐의가 의심되는 11명의 미국 시민 또한 러시아가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문을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제의(incredible offer)”라며 덥석 수락한 것에 대해선 우려를 넘어 분노까지 일고 있다. 미국인 11명 중에는 스탠퍼드대 동료이기도 한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마이클 맥폴 교수도 포함돼 있는데, 그와 이번 워싱턴 방문을 함께하면서 미국을 위해 헌신한 외교관마저 쉽게 희생시킬 수 있는 트럼프식 거래에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언론의 비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조차도 전례 없이 98대0으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천연덕스럽게 올가을 2차 미·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헬싱키 회담과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혹 공개되지 않은 중요 사안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과 협의도 없이 김정은에게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선물한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비핵화와 주한미군을 맞교환하자는 김정은의 ‘은밀한 제안’에 “엄청난 제의”라고 맞장구라도 쳤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미군 유해 반환 등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만한 소재를 골라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데, 헬싱키 회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무지와 협상력 부재가 대북정책에도 이어지지 말란 법이 있을까.

더구나 워싱턴에서는 한·미 간 입장 차에 대한 걱정이 많다. 북한은 지난 7월 27일 휴전일에 맞춰 유해 반환을 하면서 미국에 종전선언을 압박했고 한국도 이를 적극 지지했지만 결국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종전선언이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고 하나, 미국으로선 북한이 최소한 비핵화 리스트 정도는 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유엔군사령부를 비롯해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의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밀어붙였던 한국이 이젠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을 목표로 북한과 보조를 맞춰 미국을 압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있다.

대북제재를 두고는 한·미 간 의견 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그 전에 남북경협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조바심에 대북제재 예외 요청을 하고 있지만, 미 국무부는 오히려 지난 7월 23일 대북교역 국가 및 기업 리스트를 다시 발표하며 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비핵화에 진전이 없을 때 더 확대된 리스트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워싱턴을 방문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통화한 것도 대북제재 관련, 한·미 공조가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워싱턴 내 회의적 분위기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헬싱키 행보를 보면서 한·미 동맹의 미래, 특히 주한미군 지위와 위상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미국 조야에서 크게 높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7월 23일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축소할 수 없도록 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동맹조차도 거래 관계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북핵과 한·미 동맹을 맞교환하는 딜을 김정은과 하겠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도 미군도 없는 한반도, 미국이 떠난 자리를 중국이 채운 한반도의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문 대통령이 그리는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에서 미국의 위상과 동맹의 가치는 무엇인가? 워싱턴에서 만난 지인들이 던진 거친 질문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워싱턴에서 느꼈던 착잡함과 무거운 마음이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한국은 이러한 불편한 질문들에 분명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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