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官錄>“군사첩보기관 같다” 잇단 지적에 기재부 영문명칭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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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단어 쓰는 나라는 全無
MB때 변경 10년만에 제자리

“혹시 군사첩보기관에서 근무하시나요?”

1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해외에 나가 외국인에게 명함을 주면 군사첩보기관이나 정보기관에 근무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왔다.

기재부의 영문 명칭이 ‘Ministry of Strategy & Finance(MOSF)’로 표기돼 세계적으로 드물게 ‘전략(Strategy)’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영어 사전(www.dictionary.com)을 보면, 전략이라는 말은 주로 ‘대규모 군사 기동(機動)이나 작전을 준비하고, 지휘하기 위해 전쟁 수단을 결합하거나 전개하는 과학이나 기술’을 뜻한다. 가끔 ‘영업사원의 판매 전략’에서처럼 ‘특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나 방법’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경제 부처 명칭에 전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기재부의 영문 명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강만수 전 장관-최중경 전 차관(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시절에 만들어졌다. ‘강 고집’ ‘최 고집’으로 유명한 두 사람은 “전략이라는 말을 넣으면 군사첩보기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영문 명칭을 밀어붙였다. 옛 재정경제부에서 기재부로 바뀌면서 국내 금융이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나가자 기재부가 경제 총괄 부처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려고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기재부는 결국 오는 8월 1일부터 현재의 영문 명칭을 ‘Ministry of Economy & Finance(MOEF)’로 바꾸기로 했다. 이번에 바뀌는 영문 명칭은 기재부의 전신인 옛 재경부의 영문 명칭 ‘Ministry of Finance & Economy(MOFE)’와 단어 구성은 같고, ‘Economy와 ‘Finance’의 위치만 바꾼 것이다. 10여 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앞으로 대통령이 새로 뽑힐 때마다 부처 명칭을 바꾸는 후진국 관행은 고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