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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1일(水)
대한민국 70년 前進, 여기서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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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무더위 속 에어컨과 해외 휴가
2세기 뒤졌지만 근대화에 성공
앞선 세대의 피땀 잊어선 안 돼

文정권은 전혀 다른 指向 추구
미래 위한 헌신보다 빚 떠넘겨
과도한 청산은 반작용 키울 것


폭염이 연일 계속되지만 대부분의 사무실과 가정에는 에어컨이 있어 한결 수월하게 지낼 수 있다. 미국 방문 때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한 실내에서 선진국을 실감하던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인데, 이젠 우리도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 경제난에도 여름 휴가를 이용한 해외여행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이런 자유와 번영이 하늘에서 거저 떨어진 것은 아니다. 건국, 전쟁, 국가 기초 다지기, 산업화, 민주화 시기를 책임진 세대들이 흘린 피땀의 결과이다.

8월은 대한민국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달이다. 해방은 한민족의 투쟁과 무관하게 왔다. 김구 임시정부 주석은 ‘왜적이 항복한다는 소식은 희소식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이었다. 수년 동안 참전을 준비한 것도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3년 만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냈다. 2년도 못 돼 공산정권 침략을 받았지만 물리치고,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 동맹 체결이라는 백년대계로 허약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산업화는 영국 등 선발국과 비교하면 2세기, 일본엔 정확히 100년 뒤졌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의 길에 들어섰다. 우리의 산업화 원년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일 청구권 자금과 베트남 파병을 활용해 경부고속도로 착공, 포항제철 설립 등 공업화에 본격 착수한 1968년이다. 그리고, 한 세대 만에 따라잡았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은 이제 산업화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선진국에 250년, 일본에 150년, 한국에 50년, 중국 개방에 40년, 베트남 도이모이에 30년 뒤진 상태라 어디로 귀결될지 알기 어렵다. 모든 경우에 단단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화 과정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위시해 적잖은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을 거치는 점진적 변화를 통해 민주화와 경제의 병행 발전을 이뤄냈다. 모든 성공의 뒤에는 그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젠 차분히 부정적 유산을 걷어내면서 계속 전진(前進)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자유와 번영의 확대라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그랬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지향(指向)이 바뀌고 있다.

첫째, 혁명 세력을 자임하며 주류 세력과 기존 정책의 전복을 추구한다. 대선 승리로 행정 권력은 이미 장악했고, 사법 권력의 코드화는 진행 중이다. 과거 주역들은 부역자로 척결 대상이다.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탄핵 시기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총리도 예외는 아니다. ‘촛불 혁명’에 맞설 ‘쿠데타 음모’와 관련됐을지 모른다는 죄목이다. 둘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의 변경을 노린다. 한사코 ‘자유’를 삭제하려 하고, 1948년 건국 정통성은 격하한다. 시장과 민간 분야에 적극 개입 등 국가주의적 경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경쟁과 다양성 대신 평준화와 획일성, 통합과 축적보다 대결과 청산을 앞세운다. 법의 지배보다 코드의 지배로 비친다.

셋째, 독일 탄광에서, 베트남 정글에서, 중동 사막에서 우리는 고생해도 후손에겐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미래 세대의 몫을 앞당겨 사용해 빚을 떠넘기는 적자 재정을 서슴지 않는다. 파이를 잘 나누면 파이가 커진다는 허상에 집착한다. 가치관의 전도(顚倒)다. 넷째, 안보장치도 해체하려 든다. 기존의 군·검찰·경찰은 적폐의 소굴로 여긴다. 국가정보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 등 대공·방첩 기관에 대해선 더하다. 문제가 있다면 조용히 해결하고, 고유 역량을 강화해야 할 텐데,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다. 다섯째, 진보 가치를 온전하게 구현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 독재자에겐 굽실거리면서 주민 인권은 뒷전이다. 구체제 청산을 외치면서도 낙하산 인사 등 ‘내로남불’은 오히려 더하니, 가짜 진보 비아냥까지 듣는다.

여당 대표가 되려는 인사는 이런 변화를 뿌리박기 위해 20년 집권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과유불급이고, 작용엔 반작용이 따른다. 각 시대엔 당대 차원의 치열한 고민과 선택이 있었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들춰내 망신 주고 처벌하는 과도한 청산은 보복의 악순환을 부른다. 대한민국의 전진이 멈출지 모른다. 20년 뒤 아들딸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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