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개혁委가 입법부인가… “노조법 개정” 권고 월권 논란

전교조 합법화 가능성 커져
노동계 편향 인사 다수 포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라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의 대정부 권고를 놓고 월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 장관의 자문위원회에 불과한 개혁위가 관련 법을 폐기하라고 권고하는 등 입법부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개혁위 구성도 노동계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아 이러한 논란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현행 법령 집행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과 비합리적인 법의 적용을 찾아내 시정을 요청하는 게 개혁위의 역할”이라며 “이를 넘어 법을 폐기하거나 바꾸라는 권고 행위는 입법권을 행사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개혁위가 지난 1일 고용부에 권고한 핵심 내용은 해고자와 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해 근로자 개념을 좁게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삭제다. 이번 권고가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도 월권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나온 개혁위의 권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가 수차례 적법하다고 판단한 법령을 폐기하라는 요구는 사법권까지 행사하려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혁위의 권고가 관련 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혁위의 월권 논란은 예상된 결과였다. 개혁위는 지난해 출범 당시부터 위원 구성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은 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 권병진 위원은 노동법 전문 변호사다.

이종수·권동희 위원은 노동계 전문 공인노무사다. 위원회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학계 인사들도 대부분 진보 성향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보 진영 입장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왔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는 연구에 천착해 온 연구자다.

전문가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법 개정이나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본질적인 해법은 국회에서 교원노조법상 노조 가입 자격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가입 이행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는 절차와 연계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