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탄핵政局 때도 만들었다는 ‘기무사 문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만들어졌다는 ‘국군기무사령부 문건’이 마치 ‘쿠데타 음모’인 양 호도되는 가운데,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政局)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문건이 있었다는 주장이 상당한 근거와 함께 제기됐다. 그것의 구체적 내용과 작성 경위·의도 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긴 하지만, 현재의 문건 소동이 과도한 호들갑이거나 다른 의도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진상 확인이 시급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4년 문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2004년 문건은 쿠데타와 같은 정부 전복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위기관리 단계 격상, 군 병력·장비 이동 상황 보고, 특별관찰대상자 및 언론인 관리 등도 포함돼 있다. 본문 10쪽과 첨부문서 수십 쪽 분량인데, 2017년 것과 구성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짜뉴스”라면서 “야당의 물타기와 본질 호도”라고 맞섰다.

상황이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지난해 문건이 군 병력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키거나, 불법적으로 촛불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실행 계획인가, 아니면 헌재 탄핵 결정 이후 경찰력이 치안 유지에 실패하는 만일의 경우를 가정한 준비였는가의 문제다. 후자는 군의 당연한 책무다.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을 보면 부적절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쿠데타 계획인 양 몰아갈 여지는 없다. 당초 2004년 문건 자체를 부인하던 여당은 이젠 ‘계엄’ 등의 단어가 없다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군이 만일의 상황을 가정하고 필요한 대비책을 검토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계엄 등의 표현이 없는 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애당초 이렇게 다룰 문제가 아니었다. 기무사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접근하면 된다.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상당하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무슨 난리가 임박한 것처럼 특별 조사지시를 한 것부터 과했다. 급기야 국방부와 기무사 간에 볼썽사나운 일도 벌어졌다. 이제라도 군의 사기와 군 통수의 정도(正道)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