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한쪽선 終戰·한쪽선 총성… 평화의 꿈·내전 악몽 엇갈리는 검은 대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르 알바시르(오른쪽 첫 번째) 수단 대통령이 6월 25일 수단 하르툼에서 살파 키르 남수단 대통령, 반군 지도자인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 등의 휴전협정을 중재한 뒤 휴전 합의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분쟁 속 희망’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분쟁
평화선언으로 57년만에 끝나
‘종족갈등’남수단도 영구휴전

차드선 보코하람이 주민 살해
소말리아叛軍 차량폭탄 테러
리비아엔 IS 빈번한 자폭테러

검은 대륙에도 봄이 찾아올까. ‘분쟁의 땅’ 아프리카에 평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1961년 에티오피아의 에리트레아 강제 합병 후 57년 동안 이어져 온 두 나라의 분쟁이 지난 7월 봉합되면서 새로운 출발에 들어갔다. 오랜 내전으로 240만 명의 국민이 난민 신세로 전락해버린 남수단도 대통령과 반군 지도자가 영구 휴전에 합의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평화다. 19세기 말 유럽 열강의 줄긋기식 영토 쟁탈전의 희생자인 아프리카는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내전과 종족분쟁, 국제테러단체의 영향력 속에서 여전히 뿌리 깊은 갈등의 골을 드리우고 있다.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57년 만의 종전 = 아디스아바바의 볼레국제공항에서는 지난 7월 18일 오전 9시 한 대의 여객기가 이륙했다.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312편, 목적지는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상업용 비행기의 직항노선 운항을 20년 만에 재개했다”고 전했다. 이날 항공기 운항은 1998∼2000년 국경을 둘러싼 전쟁으로 양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분쟁의 종식이 구체적인 현실화 단계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양국은 지난 7월 9일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와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발표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8월 4일자로 발간되는 최신호에서 “아프리카의 최대 억압적 국가인 에리트레아가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의 분쟁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리트레아는 1889년부터 이탈리아 식민 지배를 받다 1952년 미국과 유엔에 의해 에티오피아와 연방을 형성, 자치주가 됐다. 그러나 1961년 하일레 셀라시에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가 강제합병하며 에리트레아의 30년 분리독립 투쟁이 시작됐다. 1993년 독립했지만 1998~2000년 국경도시 바드메를 둘러싸고 다시 전쟁이 발발하며 7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후 20여 년간 분쟁이 이어졌다. 남수단 정부도 6월 30일 자정을 기해 반군과 휴전에 들어갔다.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은 살파 키르 대통령과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 간 정쟁으로 5년째 내전 중이었다. 그간 숱한 협상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12월 맺은 휴전 합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깨지기도 했다. 극적으로 체결된 이번 휴전 선언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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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분쟁 원인과 해법 = 아프리카의 분쟁은 서로 다른 종족들이 한 국가에 강제로 몰아넣어지며 발생한 ‘종족 전쟁’ 양상을 띤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로 종족과 상관없이 국경선이 그어져 버린 탓이 크다. 1994년 100만 명 이상 사상자를 낸 르완다 내전도 시발점은 1890년 르완다를 식민지로 편입한 독일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당시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후투족, 투치족으로 종족을 구분했고 결국 종족 갈등으로 이어졌다. 남수단도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이 독립을 위해 힘을 합쳤지만 이후 종족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각각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딩카족, 10%인 누에르족 출신인 두 사람을 둘러싸고 지지자들 간 종족 갈등으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의 바람은 제재에서 시작됐다. 에리트레아는 북한과 군수품 거래, 테러단체 지원 등을 이유로 유엔 경제 제재를 받았다. 전쟁, 빈곤으로 끊임없이 난민이 발생하자 결국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에리트레아를 국제무대로 끌어내기 위해 종전을 주도했다. 아흐메드 총리는 에리트레아와 종전 선언 직후 에티오피아로 복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에리트레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 남수단도 내전을 멈추지 않을 시 유엔의 무기금수 조치와 제재를 받을 위기였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분쟁은 단순히 종족 간의 갈등이 아닌 국가와 대륙 전체가 얽힌 양상이다.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지부티만 해도 에리트레아에 대한 유엔 제재 해제에 반대하고 나섰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말리아 주재 지부티 대사 아덴 하산 아덴은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이 지난주 에리트레아를 방문해 유엔 제재 해제에 동참하는 목소리를 내자 “너무 충격적”이라며 반발했다. 아덴 대사는 미국의소리(VOA)에 “에리트레아는 여전히 지부티 포로들을 붙잡고 있는 것을 부인하고 있고 우리 영토 일부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전, 극단주의세력의 테러 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국가도 여전히 많다. 7월 19일에는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둔 이슬람무장세력 보코하람이 차드 국경 마을을 습격, 주민 18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소말리아도 정부 전복을 노리는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끊임없이 테러 행각을 벌이는 중이다. 알샤바브는 7월 23일 남부 군부대에 차량 폭탄테러를 자행해 군인 27명이 숨졌다. 무장단체가 한국인을 29일째 억류하고 있는 리비아에서는 이슬람국가(IS)가 지난 5월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