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8.15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3일(金)
더위 본색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황성규 논설위원

수천 년 우리 민족에게 더위는 인문학적 표현의 대상이기도 했다. 시기별로 첫더위·일더위·늦더위, 주야에 따라 낮더위·밤더위, 습기 유무에 따라 무더위·강더위로 나누었다. 초·중·말복 시즌에는 삼복더위·복더위 또는 복달더위라 하고, 심하면 된더위·불볕더위라 했으니, 그 체감형도 가마솥더위나 찜통더위 정도였다. 그래서 납량이나 피서로 점잖게 맞고 보냈다. 그 끝에 살인적 더위 같은 극단적 표현이 나왔고, 폭염주의보와 경보, 열대야라는 행정 용어가 등장했다. 더위가 본색을 드러내자 정치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더위를 착한 이웃 정도로만 알고 지냈다.

윤동주는 시 ‘창공’에서 그 여름날의 더위를 ‘끓는 태양’이라 했다. 이글이글 화염을 내뿜는 태양은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계속 불탈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이 폭염(暴炎)을 ‘불볕더위’란 말로 순화했지만, 불더위까지 순치시키진 못했다. 절정의 여름 휴가철인 팔월 들어 서울의 한낮은 연일 40도를 위협받았다. 1907년 서울지역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은 맥없이 무너졌다. 강원도 횡성과 홍천은 더 높아 40도를 넘었다! 1500만 도나 된다는 태양의 중심부로부터 1억5000만㎞를 광속으로 날아온 수소 핵융합 불덩이의 위력이다.

옥탑방, 지하 셋방 할 것 없이 맹습하는 폭서(暴暑)를 선풍기나 부채로 맞서는 건 임파서블에 가깝다. 열사병이나 열탈진, 열경련 및 열실신 같은 온열질환자들이 여기저기서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73일 동안 발생한 2355명의 온열환자 중 29명이 피안(彼岸)의 세계로 떠났다. 가축이라고 무사할 리 없다. 양식장의 물고기들에 이어 닭·오리·메추라기 같은 가금류에서 돼지 같은 가축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마리가 열사병(熱死病)으로 폐사했다. 무·배추 같은 채소들도 말라죽어 상한가가 없단다. 사람도, 동식물도 더위 앞에 안식을 위협받고 있다.

더위와 서늘함을 염량(炎凉)이라던가. 세력의 성함과 쇠함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선악과 시비를 분별하는 슬기를 뜻하기도 한다. 나아가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그게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비유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염량주의 정책일랑 단념하고 생살여탈권을 쥔 염서(炎暑)로부터 행복을 되찾아주기를 갈망하는 게 소박한 민심이다.
[ 많이 본 기사 ]
▶ 보 개방에 ‘강이 사막으로’… 세종시 아파트 화났다
▶ 술마시면 축구동호회 지인 불러 동거녀 집단성폭행
▶ 김구 암살범 향한 10년의 추격…청년 곽태영을 아십니까
▶ 여친 성관계 동영상 유출한 ‘리벤지 포르노’ 대학생
▶ 윤수일 “40년 노래하다 첫 외도… 삶에 새바람 부는듯”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백범 김구 선생의 시해범 안두희를 이곳에서 비수로 응징했지만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민족의 반역자가 어떻게 단죄받지 않고 이 땅에..
mark술마시면 축구동호회 지인 불러 동거녀 집단성폭행
mark윤수일 “40년 노래하다 첫 외도… 삶에 새바람 부는듯”
보 개방에 ‘강이 사막으로’… 세종시 아파트 화났다
여친 성관계 동영상 유출한 ‘리벤지 포르노’ 대학생
“실외기 방향 바꿔”…폭염 속 신축상가-아파트 갈..
line
special news 카카오 박성훈 상반기 보수 57억…샐러리맨 ‘최고..
박성훈 전 카카오M 대표이사, 카카오서 상반기 25억 보수 수령카카오M에서는 같은 기간 보수 32억 받아..

line
文대통령 “남북접경에 통일경제특구…동아시아철..
닷새 뒤면 이산가족 상봉…선발대 오늘 금강산으로
“美펜실베이니아 가톨릭 성직자들, 수십년간 아동..
photo_news
이탈리아 교량 붕괴 26명 사망…“종말의 한 장..
photo_news
한강서 서울시 보호어종 강주걱양태·꺽정이 발..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절정의 순간이 바로 사랑”…노인도 회춘시킨 뜨거운 망상
[인터넷 유머]
mark임신한 개 markBMW
topnew_title
number ‘1111talll’… 더 교묘해진 음란물 SNS 해시태..
‘안희정 무죄’ 김지은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
노상방뇨 막자고 길가에 소변기를?…“흉하다..
안전진단 미이행 BMW 2만여대 ‘운행정지’ ..
한국영화 최초 ‘쌍천만’…역사 쓴 ‘신과함께..
hot_photo
작은 덩치로 멧돼지와 격투…등..
hot_photo
일본군 망보던 350살 ‘독립군 나..
hot_photo
육군 ‘워리어 플랫폼’, 초보자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