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단계서 종전선언” 제안한 통일부 정책보고서

‘한반도 전략 비전’ 공개

北비핵화 과정 2단계 나눠
“동결 때 개성재개·제재완화
폐기 때 본격 평화체제 수립”

美 제재유지 입장과 온도차

북핵의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개성공단 재가동·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통일부의 정책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미국이 대북제재의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다루는 주무 부처의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실현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빚어지고 엇박자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통일부가 공개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전략 비전’ 연구과제 결과를 보면, 한국은 남북과 유라시아, 중국 및 동남아를 연결하는 ‘가교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교국가가 되는 과정을 ‘비핵화’와 연계한 로드맵도 제시됐다. 보고서는 비핵화를 동결과 폐기 2단계로 나눴다. 북한의 핵 동결 단계에서 △종전선언 △남북 및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북제재 완화 방안에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북·중 접경지역 개발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핵 폐기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평화체제 수립 △북한과 미국의 상호 대사관 설치 △대북제재 전면 해제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6월 진행된 이 연구에는 통일부 예산 3500만 원이 투입됐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책임연구위원을 맡았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지운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상당한 온도 차가 있는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조건으로 언급된 북핵 동결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해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1일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방침과 관련해 같은 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발표를 핵 동결로 규정한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현 상황을 동결로 보는 것인지, 신고와 핵물질 생산 중단이 이뤄진 다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