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폭염예산, 너무 빨리 동났다

예상밖 폭염 강도·기간에
재난관리 기금까지 ‘바닥’

대구, 특별교부세 추가 투입
부산, 재난기금 투입 검토중
전남, 140억 예산 모두 사용

강도와 기간이 예년을 크게 벗어난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폭염 대책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일부 지자체는 재난 예방 및 복구를 위해 쌓아둔 재난관리기금까지 이용하고 있지만, 폭염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 추가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문화일보 7월 16일자 14면 참조)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는 올해 책정한 폭염 예산 30억5000만 원을 모두 사용했다. 이에 따라 시는 재난관리기금 1억7000만 원과 정부 특별교부세 6억9000만 원을 추가로 투입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23억9400만 원보다 많은 예산을 올해 확보했으나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모두 사용하고도 역부족”이라며 “앞으로 도로 살수차 운영 등에 재난관리기금을 추가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역시 폭염 대비 장기 시설 설치 비용을 제외하고 무더위 쉼터 냉방, 폭염 방지 그늘막 설치, 살수차 운영 등 소모성 예산만 29억 원(특별교부세 6억 원 포함)을 투입했지만 거의 소진해 재난기금 투입을 검토 중이다. 전북도도 당초 책정한 폭염 예산(70억8100만 원)이 바닥이 나 특별교부세(6억6000만 원)와 재난기금 등을 추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폭염 관련 예산으로 무려 140억7300만 원(농어민 자부담 32억9800만 원 포함)을 집행한 가운데 국비와 도비, 시·군비까지 모두 동났다. 전남도 관계자는 “피해가 급증하는 가축·어패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폭염 대책 예산으로 15억6000만 원을 사용하고 있으나 부족해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섰고, 경북도는 당초 폭염 대책 관련 예산으로 책정한 16억8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18억6000만 원의 예비비 등을 추가로 투입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폭염 대책 예산으로 41억 원을 책정했다. 현재 경로당 무더위 쉼터 운영, 희망지원센터, 응급구호방 운용 등에 편성한 16억 원 중 10억 원을 사용했다. 노후한 민간 아동지원센터와 경로당과 복지관을 대상으로 한 ‘쿨루프(Cool Roof)’ 조성 사업에 책정된 3억 원은 모두 소진했다. 자치구의 그늘막 설치 지원 예산 20억 원은 집행 중이다. 서울시는 폭염 대책 예산과 별도로 재난관리기금 11억6000만 원을 확보해 이 중 7억 원을 쪽방촌 쉼터 운영 등에 사용했다. 서울시는 추가 예산 편성 없이 남은 예산을 최대한 빨리 집행해 폭염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닥친 서울시 자치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별도의 폭염 대책 예산이 없어 재난관리기금으로 버텨온 중구는 도로변 폭염 그늘막 설치 비용 1억500만 원을 기금에서 해결했고, 최근 그늘막 증설로 발생한 4400만 원도 기금으로 충당했다. 서울시 자치구는 늘어나는 폭염 관련 예산 수요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시에 특별교부금 등 예산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
김도연·신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