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중 물이 ‘뚝’… 손님 몰린 목욕탕, 물탱크 바닥

폭염에 냉탕찾는 주민 북적
주인도 황당 “이런 일 처음”
헬스장도 곳곳서… 강제 휴가

기록적인 더위에 물이 동난 목욕탕과 헬스장이 문을 닫고 ‘강제 휴가’를 떠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목욕탕에선 물이 끊겨 수십 명의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평일 오후였지만 더위를 피해 샤워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물탱크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용객들은 물탱크가 복구될 때까지 1시간 넘게 알몸으로 기다려야 했다. 특히 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힌 고객들은 “이렇게 언제까지 있어야 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냉탕 물을 대충 몸에 끼얹고 목욕탕을 빠져나갔다. 단골손님인 김정인(75) 씨는 “10년 넘게 다닌 목욕탕인데 물이 끊겨 불편을 겪은 건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목욕탕 관리인 김모(44) 씨는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2배 이상 손님이 늘었다”며 “6t 정도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가 이렇게 금세 바닥나는 건 처음 본다”고 난감해했다. 결국 이 목욕탕은 영업을 중단하고 물탱크를 정비하기로 했다.

김 씨를 비롯해 목욕탕 관리자들의 신경이 가장 곤두서는 시간대는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층이 목욕탕으로 몰려드는 시간이다. 마포구에 사는 박진봉(74) 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있자니 눈치가 보인다”며 “목욕탕에서 냉탕에 들어가 있는 게 저렴하면서 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6시 이후엔 퇴근길에 목욕탕을 찾는 직장인의 발길도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을 중단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일대 목욕탕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가 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휴가 중이거나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종로구에서 20년 넘게 목욕탕을 운영하는 장모(65) 씨는 “물 비용도 만만치 않아 휴가를 떠나는 게 이득”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목욕탕보다 훨씬 용량이 작은 물탱크를 보유한 헬스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종로구의 한 헬스장에서도 최근 물 공급이 끊겨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씻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대학생 이찬(23) 씨는 “머리를 감던 중 물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헬스장에선 죄송하단 말만 반복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헬스장 측은 “등록하고도 장기간 보이지 않던 회원들이 더위가 시작되자 마음 놓고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헬스장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