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면서 개발계획 남발… 오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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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안먹히는 서울 집값… 전문가·중개업자 진단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 늘어나
非강남권 도시재생 사업 타고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잇달아

강남 수요분산 인프라 개선
양질의 주택 공급 더 늘리고
금리 인상·보유세 강화 필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 속에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수요 가중’과 ‘개발 기대감’ 때문이다. 또 정부 규제 정책과 서울시의 엇박자도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7일 부동산 전문가들과 서울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주요 이유로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 가중’, 서울시의 ‘특정 지역 개발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강남권의 노후 주거지역 도시재생사업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영등포구 여의도 통개발, 용산구 통합개발, 강서구 마곡지구 마이스(MICE)복합단지 조성 등이 국토교통부와 엇박자를 빚으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서울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7월 중순 11억5000만 원에 팔린 영등포구 여의동 대교아파트 전용면적 95㎡는 최근 13억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또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59㎡도 지난 1일 6월 최고가인 10억8500만 원보다 6500만 원 오른 11억5000만 원에 팔렸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66㎡도 지난주 11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3월만 해도 9억 원 중반대에 거래됐다.

강남권도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는 지난 6월 16억9000만 원까지 내렸지만 8월 들어 18억3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82㎡ 역시 8월 들어 호가가 19억 원에 이르고 있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보유세 개편안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강남권 재건축단지 아파트값까지 들썩이고 있다”며 “정부가 향후 부동산 관련 세금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력한 규제 정책에도 불구, 여의도 통 개발과 용산통합 개발 계획이 부동산 시장에 집값 상승 기대감을 주면서 집값을 올렸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주변 집값을 불안하게 할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도 잇따르고, (집값 안정 방안을 두고)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를 빚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해법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시그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강남 수요 분산을 위한 인프라 재해석 등을 내놓았다.

김수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등은 6일 낸 ‘최근 부동산시장 주요 이슈와 시사점’에서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강남 이외 지역에도 양질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교통·문화 부문(인프라)와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강남권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대책 관련 대부분의 ‘카드’를 썼음에도 서울 중심으로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일 8·2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아 낸 자료를 통해 집값 불안 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후속 조치를 취하는 대신 시장에 ‘구두 경고’만 보낸 셈이지만 과열이 이어질 경우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모든 걸 열어놓고 보고 있다”면서, 재건축 연한 확대(30→40년)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순환·박수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