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重苦’ 한전, 나흘만에 시총 1兆 증발

전기료 인하압박·英원전 우선협상자 해지·北석탄 수입 의혹
오늘도 장중 3만800원 하락세… 증권가 “실적 영향엔 제한적”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검토 요구와 영국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 자회사의 북한 석탄 수입 의혹 등 계속되는 악재로 한국전력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4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1조 원 넘게 증발했다.

7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0.81% 떨어진 3만800원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일 전 거래일보다 2.51% 내린 3만1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3만850원 이후 최저치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폭염 대책 마련 지시와 영국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 등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종가(3만3300원)와 비교하면 4거래일간 7.25%나 하락했다. 이 기간 한전의 시가총액은 1조4444억 원 사라졌다.

최근 한전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전기요금 누진제 인하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7월과 8월 두 달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악재는 영국에서도 발생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을 매각하려는 도시바가 지난달 말 한전이 원전 사업자인 누젠(NuGen)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 한국남동발전이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수입한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으면서 한전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악재가 한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지난 2015년 7∼9월 3개월간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한 바 있는데, 당시 3분기 평균 전력판매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0.2% 하락하고 매출액 환산 시 256억 원 감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