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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7일(火)
뉴욕의 우편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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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이민을 온 이후 나는 이 나라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고, 여러분의 우편집배원으로 일하며 사랑과 존경, 감사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최근 뉴욕의 한 우편집배원이 정년퇴직에 앞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한 고별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뉴욕의 부촌으로 이름난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22년간 우편집배원으로 일해온 한국계 미국인 최일수 씨(62).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최 씨가 지난달 말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한 이 고별편지가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 미국, 특히 이민자가 많은 뉴욕에서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1982년 군 제대 후 서울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다 도미한 최 씨는 미 연방 우정국에 들어간 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우편집배원이 됐다. 그 20여 년의 세월은 그의 검은 머리를 회색빛으로 바꿔놓았지만, 꽁지머리를 한 최 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주민들에게 편지와 소포를 배달했다. 그가 만난 우편물 수취인 중에는 백만장자도 있었고, TV 유명 앵커는 물론 외교관, 의사, 교수가 많았다. 또 우편물을 실어나르며 거리의 홈리스도 여럿 만났다. 최 씨는 “이 모든 사람이 내 친구였고, 내게 깨달음을 준 멘토였다”고 말했다. 우체국 동료들은 최 씨에 대해 “늘 미소를 지으며 일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럽게 대해준 분”이라고 평했다고 WSJ는 전했다. 최 씨는 편지에서 “인종과 문화, 종교는 다르지만, 여러분을 만나며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 당신들의 삶도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최 씨가 우편집배원으로 일하며 사랑과 존경, 감사를 배워나간 과정은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이탈리아 체류 시절을 담은 영화 ‘일 포스티노(1994)’의 주인공 마리오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가난한 청년 마리오가 칼라 디소토 섬에 오게 된 네루다의 우편집배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시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했고 그가 칠레로 떠난 후 그를 만난 덕분에 알게 된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녹음 작업을 했다. 반면 최 씨는 뉴욕 집배원 생활에서 깨닫게 된 세상에 대한 사랑을 편지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전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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