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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달러 패권’으로 유지되는 美 경제… 무역전쟁은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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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지난 1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환전소에서 외환 트레이더가 달러화를 세고 있다. 연합뉴스

■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21) 美 무역불균형의 메커니즘

신흥국들 달러화 막대한 수요
자연스레 미국 무역적자 불러
글로벌 통화의‘트리핀 딜레마’

美 ‘달러 조달 용이’ 특권 이용
투자수지 흑자 ‘GDP의 1%대’

시장가치·환율 등 非거래요인
국제수지 밖의 ‘암흑물질 가설’
신흥국서 안전한 美채권 살때
美선 신흥국 자산 투자해 수익

무역보복, 결국 ‘제 발등 찍기’
지금까지 뿌린 돈도 버리는 셈
국제사회, TPP 등 새 질서 모색


#1. 미국은 소비가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소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조금 넘는 데 비해 미국은 70%에 이른다. 그래서 미국을 최종 소비국(consumer of last resort)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 인구의 4.4%(3억2000만 명)와 (구매력 기준) 전 세계 GDP의 15% 남짓 생산하는 나라가 글로벌경제의 궁극적인 소비주체라는 의미에서다.


<그래프1>은 최종소비국 미국이 글로벌경제와 갈등을 빚게 된 발자취를 보여준다. 1970년대 초 수출과 수입이 GDP 대비 10%에 불과했으나 그 후 계속 늘어나 현재의 개방경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수입이 수출을 압도해 무역적자가 기조적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적자는 크게 증가했다.

무역의 확대는 그것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특히 급격하게 증가한 중국 상품의 수입이 가져온 ‘차이나 쇼크’는 중서부와 오대호 연안에서 시작된 러스트 벨트가 미 전역으로 확대됐고 저학력 백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는 탈공업화가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정책의 결과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로 불공정무역의 증거는 찾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록 유럽연합(EU), 캐나다의 관세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나 실제 발생하는 관세는 별 차이가 없다. 비관세장벽도 마찬가지다.

대신 경제교과서는 무역불균형을 저축과 투자의 갭으로 본다. 불균형은 투자의 수요가 저축의 공급보다 큰 미국에 교역상대국이 부족한 저축을 공급해서 일어난 것이다. 2005년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일원이었던 벤 버냉키 전 미 Fed 의장이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을 언급한 것은 하나의 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과잉저축이 금리를 떨어뜨리고 미국의 투자수요를 자극해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무역불균형의 요인이 글로벌 과잉저축이든 또는 미국의 과잉소비든 어떻게 이토록 불균형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미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17년까지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의 단순 누적치는 98%가 넘는다. 경상수지(무역수지+투자수지+이전수지)도 91%에 가깝다. 어떤 다른 나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수치다. 이 의문의 답은 종전(終戰) 후 지금까지 유지돼 온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에 있다.


#2. 2차대전 후 국제통화질서는 미국이 금 1온스=$35의 액면가를 유지하고 주요 교역국들이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고정하는 브레턴우즈체제로 요약된다. 브레턴우즈체제의 흠은 금의 액면가를 유지할 때 Fed의 통화정책과 상충이 일어나는 데 있었다. 금의 액면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의 공급과 달러화의 공급이 같은 비율로 증가해야 한다. 당시 서유럽, 일본의 높은 경제성장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왕성한 수요를 일으켰고 이 수요는 대미흑자를 통해 충당됐다. 따라서 금의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액면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의 통화량은 그만큼 감소해야 했다.

이처럼 국가 통화가 글로벌 통화로 사용될 때 일어나는 갈등을 벨기에 출신의 예일대 교수 트리핀을 본떠 트리핀 딜레마라고 한다. 결국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미국이 금의 액면가를 유지할 수 없게 했고 변동환율제도가 고정환율제도를 대체했다. 그러나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는 여전히 유지됐다. 그 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는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화됐고 신흥국이 글로벌경제에 편입됐다. 이제 글로벌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미국을 앞지르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력은 미국과 유로 지역을 합친 것에 버금가게 됐다.

신흥국의 팽창은 달러화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일으켰다. 특히 글로벌경제의 자본이동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주변부 국가들은 자기보험으로서 안전자산, 즉 막대한 규모의 보유외환을 쌓았고 무역불균형은 더욱 확대됐다. 시간이 흘러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서유럽과 일본에서 신흥국으로 교역상대국이 바뀌었을 뿐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하에서 트리핀 딜레마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변동환율제도하에서 달러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다. 글로벌 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높은 수요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상수지를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가치가 하락할 때 달러화는 더 이상 글로벌 통화로 사용되기 어렵게 돼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달러화가 글로벌 통화로서 계속 남아 있을지의 여부는 결국 미국의 대외수지 불균형의 지속 가능성에 달린 문제다. 지속 가능하다면 달러화가치가 하락할 위험도 없기 때문이다.


#3.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3월 당시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人民)은행 총재는 달러화를 대체할 국제통화기금(IMF)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통화를 제안했다. 보유외환의 대부분인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제통화로서 인민폐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마침내 2016년 10월 위안화는 특별인출권(SDR)에 편입, 엔화를 제치고 유로화 다음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연 미국의 수지불균형은 지속불가능한 것일까. <그래프2>는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와 투자수지, 이전수지를 보여준다. 특이한 것은 경상수지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지는 흑자일 뿐 아니라 2010년부터 GDP 대비 1%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비록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미국의 대외부채(35조5000억 달러, 2017년 말)가 대외자산(27조8000억 달러)을 압도하지만 대외자산이 벌어들이는 돈이 대외부채에 들어가는 돈보다 커서 대외자산이 초과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초과수익은 국가통화인 달러화가 글로벌통화로 사용될 때 얻는 미 국민의 재무적 이득에서 비롯한다. 즉, 미 국민의 입장에서 달러화의 조달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투자수지 흑자로 경상수지가 무역수지보다 그 적자폭이 작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만성적인 이전수지 적자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과수익만으로는 수지불균형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버드대의 리처드 하우스먼은 국제수지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부(富)가 미국의 수지불균형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물리학에서 따온 암흑물질(dark matter)가설을 제기했다. 팽창하는 우주를 안정하게 하는 암흑물질은 비록 그 존재를 증명할 수는 있되 측정할 수는 없다. 그는 대외자산과 부채가 국제수지에 반영되는 거래요인뿐 아니라 시장가치와 환율의 변동 등 평가효과에 따른 비거래요인에도 의존하는 사실을 주목하고 이 비거래요인을 암흑물질로 규정했다.

<그래프3>은 미국의 연간 순대외자산의 변동을 거래요인인(사실상 경상수지와 다름없는) 금융수지와 비거래요인인 재평가분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래프에서 뚜렷이 나타나듯이 순대외자산의 변동은 거래요인이 아닌 비거래요인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불균형의 지속 가능성을 무역수지나 경상수지가 아닌 순대외자산에서 찾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2001∼2017년 동안 비거래요인에 따른 순대외자산은 단순 누적치로 GDP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세 차례에 걸쳐 순대외자산이 크게 감소한 것은 글로벌금융위기, 남유럽재정위기, 신흥국경기침체로 대외자산의 가치가 크게 줄어든 결과다.

비거래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달러화가 글로벌경제에서 안전자산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신흥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채에 투자, 보유외환으로 적립하고 미국은 매각한 미국채 대금을 신흥국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자. 이 거래는 미국의 안전자산을 신흥국의 위험자산과 교환한 것과 다름없다. 미국이 투자한 신흥국 주식의 평균 수익률이 미국채보다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역불균형은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요컨대 무역불균형은 위험자산의 투자로부터 얻는 위험프리미엄으로 치유될 수 있다. 글로벌경제가 트리핀 딜레마를 극복하는 길을 스스로 찾은 것이다.


#4. 비록 글로벌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은 줄어들었어도 금융의 위세는 여전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달러화가 거래되지 않는 외환거래는 전 세계 외환거래의 10% 남짓일 뿐이다. 배리 아이켄그린은 ‘얼토당토않은 특권(Exorbitant Privilege, 2011년)’에서 달러화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글로벌통화로서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이 미국이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한 특권은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미래에도 이 특권이 유지된다는 것은 글로벌통화로서 달러화가치에 큰 흔들림이 없으며 따라서 무역불균형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우스먼은 무역의 중심이 상품에서 서비스와 지식으로 이동하는 사실에 주목하고 미국이 수입철강에 관세를 매기고 EU가 아마존, 구글 등에 세금으로 보복한다면 미국은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10년 가까이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는 GDP 대비 1%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거대 기술 기업은 해외에 막대한 이윤을 쌓고 있다. 보복이 비거래요인을 크게 위축할 때 암흑물질을 생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수출보다 더 많은 수입을 할 수 있는 것은 글로벌 통화로서 달러화가 누리는 얼토당토않은 특권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공정한 무역은 결국 그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그것은 아이켄그린이 지적했듯이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미국을 대신할 나라가 있을까. 필자의 미국인 동료들은 결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지만 이미 조짐은 시작됐다. 지난 3월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참여하는 호주와 일본 주도의 다자간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체결됐고 다시 7월 EU와 일본은 경제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그래프2>의 이전수지는 미국이 자신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전 세계에 뿌린 돈이다. 1960∼2017년 동안 GDP 대비 단순 누적치는 31%에 이른다. 종전 후 기간을 포함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정말 특권을 포기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쓴 돈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 미 국민에게는 말 그대로 소탐대실이다. (문화일보 7월 18일자 28면 20 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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