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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지하보도 가득 창작의 열기… 지역 문화공간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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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가락사거리 지하보도 내의 송파 마을예술창작소 ‘다락’에서 주민들이 그림을 배우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송파 마을예술창작소 ‘다락’

가락사거리 지하보도 정비
음악·미술 등 4개공간 활용
카페‘다락’은 주민 소통의 場
강의·동아리 모임도 가능해

시설은 區·운영은 주민이 맡아
예술가·시민참여 5년째 이어져
석촌호수서 아트마켓도 열어


독립문의 어린이공원 근처에는 작은 지하보도가 있다. 독립문역과 연결된 인근의 지하도와 달리 이 지하보도는 사람을 건네주는 역할만 한다.

어린이공원 인근에는 시장도 있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 같지만, 지상의 횡단보도를 두고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다. 내부가 궁금해 내려가 본 지하보도는 한적하다 못해 두려움이 밀려온다. 폭염의 날씨에도 화강석으로 마감한 벽체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낮 시간이지만 어린이나 여성들이 혼자 온다면 말려야 할 것 같다. 상가를 겸하고 있는 곳이나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보도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단순통행을 위한 지하보도는 다른 곳도 여기와 비슷하다. 예전에는 안전보행을 위한 공간이었던 지하보도가 이제는 기피 공간이 됐다.

지하보도와 함께 사람들을 건네주던 육교 역시 낮은 이용률과 미관상의 이유로 기피 대상이다. 지상에 설치하는 육교는 비교적 철거가 쉽지만, 지하보도의 경우 지하에 있는 까닭에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 지하보도와 육교의 탄생은 차량 위주의 교통정책에서 비롯됐다. 도로 위의 횡단보도에 반해 차량의 흐름을 끊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교통정책이 사람들의 보행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지하교통체계와 연결되지 않은 단순통로의 지하보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  ‘다락’의 입구. 김낙중 기자 sanjoong@
사용하지 않는 지하보도는 유휴공간이 됐고 그래서 지하보도를 활용한 여러 가지 방법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송파구 가락사거리에 위치한 송파 마을예술창작소 ‘다락’은 지하보도를 정비해 2014년부터 마을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다. 1996년 4월에 준공된 송파지하보도는 폭 8m에 길이 45m로 일반 지하보도처럼 4개의 계단 출입구를 갖고 있었다.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면서 길 양쪽으로 출입구를 하나씩 남겨두고, 나머지는 막아서 실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검은색의 송파 마을예술창작소 ‘다락’의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보도의 반을 막아 창작공간으로 쓰고 나머지는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드물지만 아직도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한 배려다.

‘다락’의 지하공간은 크게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음악활동·영화감상이 가능한 ‘소통의 방’, 공예·회화 등 미술활동이 가능한 ‘상상의 방’, 그리고 목공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동도구를 갖춘 ‘목공 공간’이 있다. 가장 개방적인 카페 ‘다락’은 주민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의 음료가 강점이다. 작은 공간들이지만 방 안 가득한 창작의 흔적들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한다. 각방은 유리벽으로 돼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을 볼 수 있게 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방 안의 활동에 관심을 보여 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전략이다. 이곳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신청을 통해 소액의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주민들은 여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살린 강의나 동아리 모임을 할 수 있다.

‘다락’은 서울시가 지원한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으로 시작됐다. 문화공간지원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송파구에서 유휴공간을 찾았고, 이웃한 주민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일부 동아리에 제공되는 공간으로 알고 참여한 분들도 있었지만, 회의를 거듭하면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참여 예술활동공간으로 구체화됐다.

서울시가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창작소가 개인이나 민간단체에 의해 운영됐던 것에 반해 ‘다락’은 시설은 구에서 지원하고 운영은 주민운영위원회가 맡는 민관협력 모델로 출발했다. 건물과 시설관리는 구청에서 담당하고, 마을예술창작소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맡는 방식이었다. 주민과 구청이 함께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만, 상호 신뢰가 있기에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운영자의 답이 돌아왔다.

‘다락’의 문화활동은 지하에서 그치지 않는다. 혹한기·혹서기를 제외하고 석촌호수 동쪽에서 아트마켓을 연다. 2014년에 시작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마켓에는 ‘다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송파 마을예술창작소 ‘다락’의 꿈은 지역 문화공간의 허브(Hub)가 되는 것이다. 지하보도에서 시작한 문화의 향기가 석촌호수를 가득 채우고 문화로 향기로운 지역을 꿈꾸는 ‘다락’의 꿈을 함께 꾸어 본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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