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23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경제일반
[경제]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韓食으로 뭘 좀 하겠다니 다들 ‘미쳤다’ 해… 하지만 확신 있었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조태권 광주요 회장이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사무소에서 고급 음식과 술에는 최고급 식기가 어울린다고 강조하면서 광주요에서 생산한 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30년 韓食 고급화·세계화 매진 조태권 광주窯 회장

올 中 陶磁도시 징더전 가보니
전통예술·현대용품 어우러져
세계 중심으로 발돋움 부러워

고급술 만들면 병부터 다 세금
주세법 막혀 이익 내기 힘들어
관료들 닫힌 생각부터 바꿔야

음식점‘가온’연지 13년만에
‘미슐랭’오르며 세계가 주목
이젠 저변 넓히는데 눈돌려야

日, 日食인구 月20억명 목표
‘한식은 저렴·푸짐’사고 깨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 얻을 것


“중국 징더전(景德鎭)이 20년 전 레벨 1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100 수준이 돼 있었어요. 그릇과 음식, 술까지. 일본과 중국이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의 보편적 문화로 만드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요. 우리 이천은 아직도 레벨 10 정도 수준밖에 안 됩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6일 서울 송파구 광주요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조태권(70) 광주요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한식 문화 발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1988년 부친으로부터 도자기를 생산하는 광주요를 물려받은 뒤 한식 문화에 매진해 지난해 그가 운영한 고급 한식당이 미슐랭 가이드에 오르기까지 했다. 식문화에 바친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화로 처음 연락을 취했을 때 들려온 갈라진 목소리는 이제 정상이 된 듯했다. 그는 도자기로 유명한 중국 장시(江西)성의 징더전에 머물면서 “조금이라도 더 봐야겠다”고 끼니도 거르고 일주일 내내 강행군하다가 ‘탈’이 났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갔다가 바로 징더전으로 14시간 걸려서 들어갔다. 20년 만에 가보니 징더전은 천지가 개벽해 있었다. 예전에는 ‘원나라 당시 전 세계의 부를 끌어모았던 곳이 어쩌다가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도자기를 하게 됐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징더전이 발전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서글펐다.”

중국 남부 지방의 찌는 듯한 더위에 강행군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까지 설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 내내 조 회장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그의 이야기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되레 기자에게 “문화의 대표 상품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에는 물질과 정신이 있는데 태초로 올라가면 모든 문화는 음식에서 시작된다. 음과 식이다. 그런데 음과 식이 발전하면서 거기에 정신이 포함된 것이다. 문명화 과정은 음식에서 비롯된다. 그런 연장선에서 이번에 중국에 가서 느낀 바가 컸다. 징더전이 경제와 문화를 함께 발전시키고 있었다. 서구와 경쟁할 수 있는 상점과 식당을 갖추고 그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그 자체를 세계 도자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전통 방식을 보존하는 한편으로 공장을 지어서 가치를 가지면서도 표준화된, 세계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 전통예술과 현대인의 생활용품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고 있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밀고 지방과 해당 산업, 국민이 똘똘 뭉쳐서 자신 있게 추진하는 중국의 힘이 느껴져서 부러웠다.”

―서글펐다는 것은 한국이 따라가지 못해서인가.

“그렇다. 중국 징더전이 세계 도자기 시장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그 20년간 나는 뭘 했나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도자기에 담을 더 나은 음식을 개발했고 그 음식을 더욱 빛나게 할 도자기를, 음식·도자기와 어울리는 술을 만들었으며 세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들었다. 이번에 보고 느낀 점은 중국과 경쟁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도자기도 중국과 손잡고 세계에 나가야 한다. 중국은 음식과 도자기, 자신들의 문화를 국가와 기업, 국민이 단합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문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 나아가는데 우리는 뭘 좀 하려고 하면 규제와 반대에 부딪힌다. 그런 차이가 느껴져 서글펐다.”

―2005년 고급술을 표방하면서 ‘화요’를 세상에 내놓은 뒤 13년이 지났다. 새 라인도 꾸준히 나왔는데 변화가 있다면.

“10년간 적자였다. 고급술을 만들면 병부터 시작해 다 세금이다. 이익이 나기 어렵다. 주세법은 여전히 문제가 크다. 서민의 술이 소주라서 주세법을 못 건드린다는 말은 아직 우리 관료들의 사고가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준다. 화요는 어려웠다가 2010년 군 영내매점(PX)에 납품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이제 흑자가 난 지 3년 됐다. 위스키는 비싸도 사 마시지 않나. 한식을 먹으면서 고급 한국 술을 곁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제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와 홍콩에 수출하고 있다. 17도는 사케·와인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었고 25도는 일본의 쇼추(燒酎·소주)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었다. 최근 내놓은 41도는 보드카와 경쟁하기 위한 것이다. 칵테일로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오크통에서 숙성한 싱글 라이스 위스키인 화요엑스프리미엄(XP)은 코냑과 스카치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었다. 53도는 중국의 바이주(白酒)와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하와이의 니먼 마커스 백화점에 화요 53도, 41도, 그리고 41도 XP 세 가지가 들어간다. 특히 53도짜리는 도자기로 만든 병에 용을 그려 넣었다. 술의 내용뿐 아니라 용기도 예술로 인식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경쟁 상대로 꼽는 게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주종이다.

“우리 문화를 세계적·보편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드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그렇다.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목표를 둔 것이다. 술과 음식, 도자기 모두 그렇다.”

2003년 고급 한식당 가온을 연 지 13년이 지난 2016년 말 광주요의 외식사업부 가온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가온과 모던 한식당 비채나는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가온은 가장 높은 등급인 별 3개를, 비채나는 1개를 받았다. 그의 관심은 세계적인 음식, 술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식과 술, 그리고 도자기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저변을 넓히는 것으로 확장됐다.

▲  조태권 광주요 회장이 6일 송파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해외 주문 제작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한식의 고급화, 세계화가 인정받은 모양새다.

“한국에서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것은 한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으로 본다. 가온과 비채나가 고급 한식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이 외에도 대중적인 한식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도 중요하다. 이제 대중음식점도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나아가 농어촌에서도 현지의 원료를 사용해 먹을 수 있는 특색 있으면서도 품격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음식 문화가 발전하면서 균형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 회장과의 모든 대화는 ‘음식(한식) 문화’로 이어졌다. 주변의 ‘미쳤다’는 반응에도 사재를 포함해 700억 원을 들여 30년을 한식 문화 발전에 매진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나도 한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대우에 있으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을 함께 체험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업을 계승하고 나서 도자기를 가지고 외국에 나가니 외국인들이 ‘이것이 너희의 아이덴티티(정체성)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이후 본격적으로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 우리는 조선이 망하면서 왕조와 함께 사대부 음식 문화가 사라졌다. 일본 침략 시기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음식은 저렴하고 푸짐하다’에만 묶여 있었다. 멋으로 먹는 음식은 호텔에 가서 칼질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내가 음식으로 뭘 제대로 하겠다고 하니 미쳤다고들 했다. 하지만 나는 한식이 우리 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한식의 발전이 내수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경제 규모는 5000조 원이다. 일본은 전 세계 인구의 20억 명을 일식 인구로 만들겠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20억 명이 일식을 사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가 만약 한식을 고급화해 전 세계인이 먹고 싶도록 만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니 남들은 ‘미쳤다’고 해도 나는 확신이 있었다. ‘한식은 값싸게 배를 채우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면 우리 경제가, 농어촌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K-푸드’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해외에 한식당도 많이 생겼다. 그동안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나.

“이제 시작이다. 많이 달라지고 있다. 뉴욕에 한국 청년이 운영하는 고깃집이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다. 거기도 화요를 쓴다. 가온에서 김포 금쌀을 쓰기 시작하니 이젠 여기저기 좋은 쌀들이 많이 상품화됐다. 해외에 가 보면 각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각국 음식을 연구하고 배우고 있다. 앞으로 한우가 일본의 와규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다. 한식이 세계의 보편적 문화로 성장하면 우리 문화영역은 7000만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에 우리 음식을 먹는 20억 명, 3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이 많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mail 박세영 기자 / 경제산업부  박세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고급식기는 음식·술 갖춰야 제격… 한식당 가온·비채나 열고 고…
[ 많이 본 기사 ]
▶ 1800만원 내고 지웠는데… ‘여교사 性관계 영상’ 재유포
▶ 최홍만, 중국 스님 파이터와 ‘심판 없이’ 주먹대결
▶ 150억 넘는 자산가인데 국민연금 한푼도 안낸다
▶ 빗나간 욕망이 부른 참극…옛날에도 지금과 같더라
▶ 강릉 앞바다서 30대 스쿠버 다이버 어망에 걸려 숨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상시 유출 영상數만 10만건 삭제대행업체가 퍼뜨리기도20대 여교사 A 씨는 전 남자 친구와 함께 한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
mark150억 넘는 자산가인데 국민연금 한푼도 안낸다
mark빗나간 욕망이 부른 참극…옛날에도 지금과 같더라
“대한체육회 간부들, 러시아 출장서 ‘곰 사냥’ 의혹..
“출산 미뤄도 난임은 걱정” 난자 보관 여성 5년간 ..
이재명 “공무원의 응급헬기 딴지 막겠다”…이국종..
line
special news 경찰, 구하라 전 남친 협박·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
경찰이 가수 구하라(27) 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22..

line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에 ‘버닝’…감독상 ‘1987’ 장준..
강릉 앞바다서 30대 스쿠버 다이버 어망에 걸려 숨..
11월1일부터 서해 NLL일대 北해안포 포문 폐쇄·사..
photo_news
최홍만, 중국 스님 파이터와 ‘심판 없이’ 주먹대..
photo_new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인천 중구 2억 협찬비…경..
line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illust
사망 이틀前 구상 완료, 1년뒤 설치 완성…4色 품은 ‘빛의 성전..
[인터넷 유머]
mark남자와 여자의 생각 mark지혜로운 말 한마디
topnew_title
number 강서구 아파트 주차장 피살 40대 여성 전 남..
김태균 9회 천금 결승 2루타…한화 벼랑 끝..
현직 경찰관, 모텔서 즉석만남 여성 몰카 찍..
운전기사 특채·4일만에 초고속 임용…서울시..
배우 유재명, 12살 연하 여자친구와 결혼
hot_photo
신예지, ‘레이디 유니버스’ 2위 입..
hot_photo
제55회 대종상 영화제 사회 맡은..
hot_photo
‘빅뱅’ 승리 열애설 유혜원 누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