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유공자 전체의 2%뿐…‘廣義의 희생’도 인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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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심포지엄’서 주제발표… 이정은 대한민국역사문화원장

“여성 주도·참여·도움 많을 텐데
男 중심 기록때문에 발굴 어려워
연구자 지원 등 정부차원 관심을”

구한말 의병활동부터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독립운동 기간 항일 독립투쟁을 전개하고 희생을 감수해 온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굴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정은(사진) 대한민국역사문화원장은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이 주로 남성의 영역이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여성의 참여와 지원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유공자 1만4830명 중 여성은 외국인 4명을 포함해 296명으로, 전체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역사문화원은 국가보훈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행한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및 포상 확대방안 연구’ 결과를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202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발굴했다. 이 중 26명이 1차로 오는 광복절에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게 됐다.

이 원장은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서술돼 있어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기록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막막하다”며 “설사 찾아내더라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독립운동가의 가족으로서 고통을 겪었던 여성들의 희생정신을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가족으로 감시와 불심검문 등을 겪으며 남은 가족들을 건사해야만 했던 여성이 많다”며 “이들을 단순히 운이 나쁜 여성들로 치부해 여성들의 희생이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후세대에 전달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여성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위대한 여성상(가칭) 등을 만들어 기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이 계속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연구 인력의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여성독립운동사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보니 이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자들을 찾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정례적인 학술 심포지엄과 발표회를 지원해 연구 인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