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특근·잔업 축소… 최저임금 유탄 맞은 임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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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일용직 A(29) 씨는 최근 새 일자리를 찾으려 인력 아웃소싱 업체에 전화했다가 크게 낙담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월차 지급을 피하려고 3주 근무 후 1주 쉬어야 한다는 사업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올린 8350원으로 확정 고시한 지난 3일 이후 더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한다. A 씨와 통화한 아웃소싱 업체 17곳 중 11곳이 ‘3주 근무·1주 휴무’란 근로조건을 제시했다. 이 근로조건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7530원) 기준으로 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해도 손에 쥐게 되는 건 월 100만 원 남짓이다. 최저임금 월급(157만3770원)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A 씨가 처음 일용직에 뛰어든 2016년에는 현장에 일이 넘쳤다. 잔업과 특근은 일상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은 6030원, 그의 월 급여는 220만∼230만 원이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다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아웃소싱을 통해 쉽게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2억 원을 모아 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저축해왔다”며 “서울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살기 불편하지 않은 집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순수한’ 목표는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올해부터 흔들렸다. 3월 들어 특근이 눈에 띄게 줄더니 5월부터는 잔업도 축소됐다. 급기야 7월엔 일없이 쉬는 날까지 많아졌다. 그는 저축은커녕 당장 밥벌이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A씨가 처한 현실은 소득주도 성장에 휩쓸려 정작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필요한 이들이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일 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임시직과 일용직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각 11만6000명, 8만5000명이나 줄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A 씨처럼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는 말을 정부가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진영 사회부 기자 news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