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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계엄령 문건과 할리우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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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정치군인들에 의한 쿠데타 모의’ ‘내란예비음모’. 역사를 38년 전으로 되돌린 듯한, 끔찍한 역사의 아픔을 헤집는 이런 말들을 여권 인사들이 쏟아내고 전 정부의 국방 관련 고위 인사들을 예비 범죄자로 몰면서 국방부와 군을 상대로 한 적폐청산 작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기 직전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A4용지 8페이지)과 이에 딸린 군사 2급 비밀 ‘대비계획 세부자료’(A4용지 67페이지)가 공개되자 청와대와 여당, 진보·좌파 시민단체 등은 무슨 엄청난 음모를 적발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문건이 일상적인 계엄개념계획 또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라 실행계획이라고 해도 쿠데타나 내란음모가 적발된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상당수의 의견이다. 이 문건은 우선 3월 10일 헌재의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또는 기각으로 나는 두 경우를 다 가정하고 있다. 촛불시위만을 유혈 진압하기 위한 쿠데타 음모라고 주장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으로 업무 복귀해 내리는 계엄령은 불법이 아니다. 기무사 문건엔 계엄령을 국방부 장관의 건의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선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경찰력으로 치안확보가 안 될 시 계엄령 선포는 헌법(77조)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이게 쿠데타가 되려면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 박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데 군이 대통령을 윽박질러 억지로 계엄령을 선포하게 해야 한다. 또는 계엄령을 선포할 정도로 치안불안 상황이 없는데, 대통령이 무리하게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가정일뿐더러, 기무사가 여기까지 세부사항을 전제해 위 문건을 만들었다고 보는 건 심한 억지다.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의 관련 부서가 아니라 왜 기무사가 이런 문건을 만들었는지는 의문거리이긴 하지만 이 문건을 가지고 쿠데타, 내란음모라고 몰고 가는 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정도로 너무 나간 할리우드 액션이다. 이 적폐청산 소란의 끝에서 군·검 합동수사단에 의한 사법처리 결과는 아마 초라하겠지만, 그때까지 청와대 등 여권이 이루려는 목표는 거의 달성될 것이다. 항간에는 쿠데타 허깨비 놀음의 진짜 목적은 김경수 경남지사로 좁혀지는 ‘드루킹’ 특별검사 수사에 대한 국민 시선 돌리기, 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대폭 하락으로 드러난 민심 이탈에 맞서 적폐청산 이어가기,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전방사단 축소·장군 수 대폭 감축·기무사 개혁 등에 대한 군내 반발 무마 등 다목적 포석으로 읽는 시각이 많다. 이 정권 초기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과의 저녁 자리에 동석한 ‘새까만’ 후배 부장검사들에게 격려금을 준 게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비화하면서 두 사람은 물론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대행하던 법무부 차관, 대검찰청 차장까지 물러난 바 있다. 나중에 법원에서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미 검찰 수뇌부 인사는 정권의 의도대로 끝난 지 한참 뒤였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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