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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폐지가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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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장

냉·난방 기기가 있어도 마음 놓고 켜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가정용 전기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평소에는 1단계 구간에 머물던 전력 사용량이 2단계 구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기료가 2배 정도 뛰고, 3단계 구간에 들어서면 무려 3배로 껑충 뛴다. 서늘함과 따스함을 얻는 전기를 사용하는 요금이 다른 용도의 전기료보다 훨씬 더 비싼 셈이다.

올해는 기록을 경신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이미 3000명이 넘는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늘어났다.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자 당·정은 뒤늦게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누진제 적용 구간을 확대해 전기료를 줄여주는 임시 대책을 내놓았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제를 건드리지 않고 내놓은 미봉책이라 국민은 내년에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전기료 누진제는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 수요 조절과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가정용 전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1973년 도입됐다. 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용 전력이나 일반용 전력에는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개인의 희생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했던 시절의 산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의 비중이 커서 OECD 주요국에 비해 1인당 전력소비량은 많다. 그러나 주거 부분 1인당 전력소비량은 상당히 낮다. 가정용 전력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13.6%에 불과해 누진제로 인한 전기 수요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

전기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가정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아주 싼 전기료를 적용받는 산업보다 훨씬 많은 전기료를 내니 누진제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누진제로 집에 있는 에어컨은 놔두고 공공장소를 배회하거나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을 열어 놓고 호객하며 싼 전기료로 냉방기를 켜대는 상점도 있으니 불합리하다.

누진제 폐지가 소득분배 효과에 역행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어느 가정이나 냉·난방기를 보유해 누진제가 폐지되면 저소득자도 고소득자가 누리던 안락함을 싼 비용으로 누릴 수 있다. 줄어든 고소득자의 전기요금이 평상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 요금체계 개편 등의 가능성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전력산업 구조가 비슷한 대만에서도 소비자가 누진제와 시간별 차등요금제 중 선택할 수 있다. 수많은 전력회사가 경쟁하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다양한 요금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는 아예 누진제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소비자에게 산업용처럼 계절과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삼고 있다. 실시간 사용량과 사용 패턴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스마트미터(AMI) 보급이 현재 22%에 그쳐 도입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실효성이 적고, 형평성에 어긋나며, 불합리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폐지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요금제에 의한 수요 억제보다 저렴한 양질의 에너지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 우세할 것이다. 전기 수요에 맞춰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가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본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자원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로선 경쟁력이 검증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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