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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onsumer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9일(木)
술마시며… 깨진 헬멧 쓰고… 위험천만 스크린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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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프랜차이즈 서울에서 한 시민이 스크린야구 배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업소 안전수칙 안내 안해
130㎞로 날아오는 공에 맞아
머리·어깨·손목 골절부상까지

‘타석에 2인 이상 입장 금지’
‘음주자 금지’ 문구 없는곳도

스크린골프장·사격장과 달리
체육시설 해당안돼 규제 없어


지난해 7월 회사원 김 모 씨는 동료들과 함께 스크린야구장을 찾았다. 스트레스를 날릴 생각이었지만 금세 악몽으로 변했다. 타석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공이 날아와 손목이 골절됐다. 사전에 스크린야구장 직원으로부터 안전사고 위험이나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 조언은 듣지 못했다.

스크린야구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스크린에서 투수의 동작에 맞춰 공이 날아오고 타석에서 이용자가 공을 때리면 타격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실제처럼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스크린야구장에선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고 구속은 평균 68㎞, 최대 130㎞에 달한다. 야구장에 온 것 같은 현장감, 공이 방망이에 맞을 때의 짜릿한 타격감으로 성인 남성뿐 아니라 연인, 가족 간의 여가와 레저 장소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감이 높아졌고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야구를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이용객에 비해 안전사고 대비는 허술한 편이다. 이용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거나 이를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2일부터 20일까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스크린야구장 이용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35명이 시작 전 안전사고 위험이나 주의사항에 대해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448명은 스크린야구장 내 ‘안전사고의 위험 및 주의사항’에 대한 안전수칙이 부착돼 있었다고 답했으나, 절반 이상인 248명은 안내수칙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39명이 타석에서 야구공에 맞거나 넘어지는 등의 부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스크린야구 도중 안전사고를 경험한 39명 중 16명이 ‘타석에서 야구공에 맞음’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스크린야구장 내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짐’은 13명, ‘타석 외 공간에서 야구공에 맞음’은 11명, ‘안전 철조망 등에 찔려 상처를 입음’은 7명, ‘야구 방망이에 맞음’은 4명이었다. 안전사고로 인한 주요 상해 부위는 ‘팔 및 손’(18명), ‘둔부, 다리, 발’(9명), ‘머리부위’·‘눈 및 눈 주변’(이하 7명) 등의 순이었다. 상해 증상으로는 ‘타박상’이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 및 피하조직 손상’이 14명이었으며 골절·염좌 등의 ‘근육, 뼈, 인대 손상’은 7명이었다. ‘뇌진탕’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명이었다.

안전사고 경험자 39명은 대부분 성인이었다. 하지만 동행한 아이가 사고를 당한 사례도 2건이나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스크린야구장을 찾을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6세 이하 이용 금지’ ‘초등학생 이상 이용’ 등 나이 제한을 두는 스크린야구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어린이 전용 키즈존을 갖춘 곳도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말에는 신 모 씨의 6세 딸이 스크린야구장에서 날아오는 공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2015년 실시한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야구를 즐기면서 가장 흔하게 당하는 부상 부위는 ‘머리(안면부 포함)’(23.6%)와 ‘어깨’(22.3%), ‘손’(20.7%) 등의 순이었다. 스크린야구에서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헬멧과 야구장갑 등 머리와 손을 보호하는 장비 착용이 필수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3∼4월 전국 스크린야구장 30곳을 대상으로 안전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헬멧은 절반 이상인 16곳에서 사이즈 조절이 되지 않거나 파손돼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야구장갑은 4곳에서 1000∼2000원 등 유료로 구매해 착용할 수 있었고 무료로 제공하는 26곳 중 20곳은 찢어지거나 담배 냄새 등 악취가 나는 등 불량했다.

금연, 타석 2인 이상 입장 금지, 안전장비 착용 등의 안전수칙 관련 안내 포스터나 주의 문구를 찾아볼 수 없는 매장도 있었다. 직원들은 이용자 안전을 위해 ‘타석 2인 이상 입장 금지’ ‘보호장구 착용’ ‘음주자 타석 이용 금지’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방안’ ‘사전 준비운동’ 등을 안내하고 규제해야 하지만 타석에 여러 명이 들어가도 규제하지 않는 스크린야구장도 있었다.

스크린야구장에서 음주가 자유롭게 허용되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스크린야구장 부상과 관련한 글 중 음주 후 사고를 당했다는 글이 종종 있다.

음주 후 판단력이 흐려져 공이 날아오는 홈플레이트 가까이에서 타격하거나 과도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회식 후 스크린야구장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과도한 음주를 하더라도 사실상 제지할 방법이나 규제책이 마땅치 않다. 유사 업종인 스크린골프장이나 실내사격장은 ‘체육시설업 및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돼 음주 이용 금지, 금연, 소방시설 설치 의무 등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스크린야구장은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서비스업에 해당하며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스크린골프장엔 타석과 대기석, 천장 공간 확보 등 안전 기준이 있지만 스크린야구장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스크린야구장마다 공이 나오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야구장마다 이용방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발판이나 가운데 홈을 누르면 공이 나오기도 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수초 후 자동으로 공이 나오는 방식도 있다. 공을 밟아 넘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 중간중간 공을 치우는 스크린야구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스크린야구장은 다중이용업에 포함되지 않아 화재예방, 종합정밀검사, 전 직원 소방교육 이수, 방염설비 구비,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등 안전 관리 의무에서 제외돼 있다.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화기 시설을 갖추지 못한 스크린야구장도 있다.

스크린야구장은 전국적으로 450여 개가 성업 중이며 10여 개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을 만큼 시장이 커졌지만, 안전 대책을 위한 제도는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2016년 7월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정보기술(IT)의 획기적인 발전에 따라 체육 활동에 컴퓨터 VR를 이용하는 시설이 체육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안전규정 또한 명확하지 않다”며 스크린야구장 등 ‘야구 연습장업’을 체육시설에 포함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시뮬레이션 체육시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고 체육시설로 보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는 이유로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소비자원은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소방청 등 관계부처에 스크린야구장의 안전관리 규정 마련을 건의했다. 윤혜성 소비자원 생활안전팀 과장은 “스크린야구장이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되면 안전 기준 적용을 받게 되고 음주 이용 규제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7월 스크린야구장의 시설·안전기준을 마련하도록 문체부에 권고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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