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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9일(木)
대북 전략을 재정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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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前 駐유엔 대사

미·북 싱가포르 회담 2개월
CVID 비핵화 의제 가물가물
한국 중재자役은 북한에 악용

4大 관점에서 기본 돌아봐야
완전한 북한 비핵화에만 초점
이념 배제한 전문적 시각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유례없이 거친 언사,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 완전한 북핵 폐기(CVID) 목표 강조 등을 통해 싱가포르로 갈 때까지만 해도 어쩌면 김정은을 다루고 비핵화를 이루는 데 효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두 달이 되면서 어느새 칼자루는 김정은의 손에 쥐어져 있고 CVID와 비핵화 의제는 실종되면서 미·북 간 검증 논의 작업반의 실체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북 관계 증진이 필요하다는 진단 아래 중재자를 자임하며 비핵화 문제를 미국에 맡겨놨던 정부로서도 어려운 처지다. 북한의 종용과 중국의 권고에 등 떠밀려 미국에 종전선언을 설득하려는 우리 정부와, 6·12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후회 속에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 없는 종전선언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 사이에서 공조는 점점 퇴색되고 시각차만 드러나는 듯하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진지성과 선의는 아직도 북한에 의해 악용되고 나약함으로 오해받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소개로 많이 알려진 우화가 있다.

어느 베두인 유목민 족장이 기력 회복에 좋다는 말을 듣고 터키(칠면조) 한 마리를 사다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 훔쳐갔음을 알고 아들들을 불러 놓고 말했다. “우리 집안에 큰 위험이 닥쳤다. 터키가 없어졌다.” 이 말을 들은 아들들은 터키가 없어진 게 왜 집안의 위험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얼마 후 도둑이 들어 낙타를 훔쳐갔다. 아들들이 낙타가 없어졌다면서 아버지에게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 아버지는 빨리 가서 터키를 찾아오라고 소리쳤다. 아들들은 이때도 의아해하며 그냥 지나갔다. 다시 얼마 후 족장의 딸이 겁탈을 당했다. 이에 아버지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탄식했다. “이 모든 게 터키 탓이다. 도둑이 애초에 터키를 훔치고도 멀쩡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이미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도 터키를 잃은 베두인 족장에게서 배울 게 있다. 올해 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새로운 상황이 조성됐을 때 처음부터 미국과 단단한 스크럼을 짜고 비핵화에 진력했어야 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만 몰두하면 할수록 점점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어 남북관계는 기형화하고 오히려 비핵화의 공동전선과 강력한 제재의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미 그런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북한산 석탄 수입은 미국이 그냥 지나치지 않을 심각한 상황이다.

비핵화는 어려운 과정이므로 긴 안목으로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잘못이다. 북한 스스로의 비핵화 의지가 중요함을 애써 가려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긴 안목과 인내가 필요한 부분은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이다. 신뢰 구축은 오랫동안 꾸준히 쌓아야 할 도정이지 우리의 일방적 선의로 금세 달라지는 게 아니다. 한반도가 정전 체제 아래서 ‘기술적으로 전쟁 중’이므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실로서의 평화를 무시하는 논법이다. 논리를 따져 엄밀히 말한다면, 한반도는 ‘기술적으로만 전쟁 중’이라고 해야 옳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속임수 없는 진정한 거래를 할 것이란 데 회의적인 생각들이 점증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한 때다.

첫째, 오로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이를 이루기 위한 부수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과 내년도 연합훈련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국방개혁 2.0에 대한 보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이것이 전쟁에 이기는 강한 군대를 양성하는 데 최선의 계획인지 되돌아보고 자강에 진력해야 한다. 넷째, 안보 문제를 이념적 사고에서 판단하지 말고 우리의 지정학적인 입지를 바탕으로 폭넓고 전문적인 외교·안보적 전략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101년 전 독일은 미국을 북미 대륙에 묶어두면서 1차 대전 참전을 막기 위해 멕시코에 미국 침공을 제의했으나 이 계획이 발각돼 오히려 거꾸로 미국의 참전을 앞당기게 했다. 역사에서는 당초 의도한 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잘못됐음을 아는 순간 이를 고치는 것도 큰 지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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