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인식표’로 돌아온 美참전용사… 70代 두 아들 ‘눈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유전자 대조 구강세포 채취… 인식표 전달 6·25전쟁 당시 전사한 찰스 H 맥대니얼 상사의 아들인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왼쪽 사진 가운데)와 래리 맥대니얼(〃 왼쪽)이 8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인식표 전달식에 참석해 부친의 인식표를 살펴보고 있다. 1950년 11월 운산전투에서 전사한 찰스 H 맥대니얼 상사의 인식표(오른쪽 위 사진)와 미군 유해 담당자가 송환된 유해와 유전자 대조를 위해 차남 래리의 구강세포를 채취하는 모습(오른쪽 아래 사진). AFP AP 연합뉴스

찰스맥대니얼 이름·군번 뚜렷
1950년 운산전투서 戰死 추정
당시 3세·2세였던 아들에 전달

유해 55구와 함께 북한에서 송환됐던 미군 인식표(군번줄)의 주인이 확인됐다. 68년 만에 돌아온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는 찰스 H 맥대니얼 상사로 인식표에는 ‘McDaniel, Charles H RA17000585’라는 이름과 군번이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맥대니얼 상사의 인식표는 지금은 노인이 된 두 아들에게 전달돼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8일 미 국방부 기관지인 ‘성조지(Star and Stripes)’에 따르면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전달식을 열고 1950년 11월 평안북도 운산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육군상사 맥대니얼의 군번줄을 아들인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71)와 래리(70)에게 전달했다. 맥대니얼 상사가 전사할 당시 아들들은 각각 세 살과 두 살이었다.

전달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으며 부친의 군번줄을 받아든 두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던 우리 형제의 아픔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방부로부터 아버지의 인식표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눈물이 계속 흘렀고 한동안 감정을 달래야 했다”고 말했다. 맥대니얼 상사의 인식표는 발견돼 가족들에게 전달됐지만, 그의 유해는 확인되지 않았고 DPAA는 송환된 55구의 유해와 유전자(DNA)를 대조하기 위해 래리의 구강상피세포를 현장에서 채취하기도 했다.

인디애나 출신의 맥대니얼 상사는 육군 1기병사단 8기병연대 의무부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미군과 중공군이 처음으로 조우한 운산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8기병연대는 평안북도 운산군 일대에 주둔했으며 중공군의 기습 포위공격을 받고 4일 동안의 전투 중에 상당한 병력을 잃었다. 특히 그가 속했던 3대대에서는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전원 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원이 적시돼 있는 군번줄은 미국으로 건너간 지 일주일 만에 가족들에게 전달됐지만, DNA 감식이 필요한 유해는 주인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DPAA 감식소장인 존 버드 박사는 “DNA 감식이 되지 않아 1990년대 송환된 유해 중에서도 상당수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이번에 송환된 유해도 가족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