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불출석… 檢, 14일 재소환 통보

강제징용 판결 개입 혐의
‘사찰문건’ 판사 조사 마쳐

박근혜 정부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은 14일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을 재차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김 전 실장이 이날 나오지 않았다”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 상대 손해배상 민사소송 개입 관련 사법 농단 사건 수사를 위해 14일 오전 9시 30분에 다시 나와줄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측은 14일 소환에는 응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끝내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구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명단(블랙리스트)을 작성해 정부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진행 중 구속 기간 만료로 지난 6일 풀려난 김 전 실장에게 이날 공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한 바 있다. 김 전 실장 측은 검찰의 소환 요구 직후부터 여러 차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하라는 통보에 응할 수 없다고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되기 전인 6일에도 검찰이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조사를 시도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고 이미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김 전 실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 개입한 단서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청와대에 근무하던 2013년 10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찾아가 강제징용 소송의 경과를 설명하고 법관 해외파견 확대를 청탁한 기록도 확인했다. 검찰은 법관사찰 문건 등을 만든 혐의로 전날 소환한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를 이날 오전 5시까지 19시간에 걸쳐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