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市 ‘주먹구구’ 폭염대책

온열환자 ‘쓰러진 곳’ 아닌 ‘치료병원 소재지’에 그늘막

설치 지원 ‘신도시지역 집중’
정작 노인 많은 지역은 소외

인천시가 한정된 특별교부금으로 지역별 폭염 피해와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해 ‘탁상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재난안전 특별교부금 5억3140만 원을 각 구·군에 보내 보행자 통행이 잦은 인도에 그늘막 227개를 설치했다. 시 교부금을 받아 설치된 그늘막을 지역별로 보면 연수구가 104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서구 67개, 중구 33개다. 이들 3개 자치구에만 전체 그늘막의 90%가 집중됐다. 이들 지역은 송도와 청라, 영종 등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이다.

반면 노인 등 교통약자가 많은 미추홀구(남구)와 남동구는 시 교부금을 받아 설치한 그늘막이 단 한 개도 없다. 도서지역인 옹진군과 농촌지역인 강화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그늘막 설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것은 온열환자 발생 등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해당 자치구가 설치 장소를 확보해 시에 교부금을 신청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인천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91명에 달한다. 시는 이 같은 온열환자가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는지를 보고 그늘막 설치 등 폭염 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시가 파악한 온열환자 통계는 발생지역이 아닌 치료를 받은 응급의료기관 소재지여서 폭염 피해와는 관련이 없다.

실제 인천지역 온열환자 중 31%(60명)가 발생한 서구는 응급의료기관이 5곳이나 자리 잡고 있고, 치료를 받은 환자 상당수도 이 지역 거주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옹진군에서는 올여름 온열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올해 그늘막을 하나도 설치하지 못한 미추홀구와 강화군에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각각 1명씩 발생했다.

시에 그늘막 설치를 위한 교부금 신청을 하지 못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신도시와 달리 구도시는 인도 폭이 좁아 지름 2.5m 너비의 그늘막 설치를 위해서는 도로점용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한데 시가 급하게 서둘러 신청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