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 재판’ 계몽에 활용한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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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전, 그 법정에서는… / 다나카 이치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 나무사이

인류사에 발자취를 남긴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책이다. 저자 다나카 이치로 가나자와대 명예교수는 갈릴레이에 관한 일본 내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갈릴레이는 과연 가톨릭 교회와 로마 교황청에 맞서 싸운 영웅이었을까.

1633년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주장과 억측이 난무한다. 당시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튿날 바로 감형되기는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엄격하고 가혹한 판결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갈릴레이 재판은 18세기 계몽주의자들과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영향이 컸다. 1798년 나폴레옹은 로마를 침공해 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리고 10여 년 뒤에 로마 교황청에 보관돼 있던 문서를 약탈했다. 나폴레옹은 과학 진보를 가로막은 가톨릭 교회의 무지몽매함과 비합리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도구로 재판 기록을 활용할 속셈이었다.

구체제를 대표하는 가톨릭에 대항하고자 했던 계몽주의자들에게 갈릴레이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272쪽, 1만6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