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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10일(金)
“팔십 넘어서 골프 할 수 있으니 대단한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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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마음 마음속은 오묘하다. 같은 사물을 보고 있어도 마음은 가지각색. 그것도 이성에 대한 마음은 시시때때로 변하곤 한다. 2018년 작. 김영화 화백
며칠 전 낯선 전화 번호가 떴다. 전화를 받자 “이종현, 나 박기천이야∼”라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순 망설임도 없이 “선배님 건강하시죠?”라는 말부터 나왔다. 동시에 전화 한번 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25년 고교 대선배시니 지금은 80대 중반을 넘기셨을 것이다. 선배께서는 A골프장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A골프장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80대 중반에 라운드하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20년 전에 함께 라운드한 적이 있다. 그때 “팔십 넘어서 골프 칠 수 있으면 대단한 행복이지”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건강하게 필드를 다니시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모른다. 선배께서는 차 안에 B선배도 있다면서, 안부를 전하라 했다면서 건강함을 내비쳤다. 함께 계시다는 B선배께서는 제약회사를 운영하면서 얼마 전 사재 100억 원을 털어 경기 여주에 미술관을 건축 중이신 분이다. 늘 함께 라운드하시던, 친했던 또 다른 분은 7∼8년 전에 먼저 작고하셨다. 그렇기에 두 분의 골프 라운드 부탁은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필자는 “건강하게 라운드를 계속하실 수 있어 감사하다”고, 선배께서는 “종현이랑 한번 라운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날씨 선선해지면 선배들을 모시고 라운드할 예정이다. 20∼30년 전에는 후배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다. ‘스프링쿨러’와 ‘스프링클러’의 잘못된 철자를 지적해 주시던 정 많은 분들이다. 그런 자양분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 정치인 발언 이후 노인들은 쓸모없는, 폐만 끼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노마지지’란 말이 있듯이 이들에겐 젊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삶의 지혜가 있다. 급하게 참깨를 털려는 손자에게 천천히 털어야 깨가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이만 들 뿐이지 정신은 늙지 않는다. 다만 이상을 잃어버릴 때 어르신들의 상실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뮤얼 울먼은 “그대는 가지고 있는 믿음만큼 젊고, 의심만큼 늙는다. 자신감만큼 젊고 두려움만큼 늙는다. 희망만큼 젊고 실망만큼 늙는다”고 말했다. 아직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골프장 그린을 향해 달리는 선배들의 소식을 들으니 삶에 대한 열정이 새록새록 다시 생긴다.

늙어 간다는 이유로 정치적, 사회적으로 안 좋은 이슈가 되지 않았으면 싶다. 그래서 골프장 필드가 좋은 것 같다. 90세 아버지를 위해 아들 친구 3명이 한 달에 한 번 라운드를 하고, 3대 가족이 모여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동행은 없다고 본다.

비록 나이가 들고 힘은 부칠지 모르지만 공자께서 한 말처럼 이들에겐 많은 사람에게 향기를 나눠 줄 덕이 있다. 다가오는 9월엔 꼭 선배들을 모시고 골프장을 다녀오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약속으로 인해 9월까지는 더 행복할 것 같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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